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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등이 되려면 체력을 키워라"..코리안리 신입사원 실외면접
뉴스종합| 2011-12-06 10:10
"1등 하겠습니다."

세계 일류 재보험사를 노리는 코리안리의 신입사원 ‘실외면접’은 코리안리 특유의 경례 구호로 시작됐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꼬박 12시간 동안 산과 운동장, 술자리 등에서 이뤄지는 코리안리 실외면접은 구직자들 사이에선 정평이 나있다. 여기서 살아남는 지원자가 최종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실외면접 경쟁률은 3대 1.

"왜 이렇게 일정이 빡빡하냐고요? 우리는 신입사원을 뽑는 게 아닙니다. 아들, 딸, 며느리 등 평생을 함께 할 가족을 뽑는거죠. 그래서 실무자부터 임원까지 전직원이 신입사원 채용 전과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의 목소리엔 진지함이 묻어났다. 일반면접에서 지원자들의 ‘지(智)’를 확인했다면 실외면접에서는 ‘덕(德)’과 ‘체(體)’를 알 수 있다는 게 박 사장의 체크포인트다. 이중 코리안리가 특히 강조하는 부문은 ‘체’이다. 코리안리에서 일하려면 백두대간을 종주할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우스갯 소리가 아니다.



이날 실외면접의 첫번째 관문도 산행이었다. 일반면접을 통과한 62명의 지원자를 13개 팀으로 나눈 뒤 각 팀에 2명의 면접관이 배치돼 지원자의 숨소리까지 체크한다. 코리안리가 선택한 등산길은 청계산 옛골을 시작으로 이수봉과 매봉을 거쳐 내려오는 코스로, 초보 등반객에겐 다소 까다롭다. 면접을 총괄하는 채규칠 총무부장은 "기초 체력을 제대로 갖췄는지, 등산할 준비가 돼 있는지, 응급상황 발생시 팀원들이 협동심을 발휘하는지를 살펴본다"면서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끈기와 인내, 도전정신이 주요 평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귀뜸했다.



산을 오른지 두 시간쯤 지났을까. 해발 582.5m에 달하는 매봉에 도착하자 경쟁자인 팀원들은 어느새 한 가족이 됐다. 땀 냄새가 몸에 베길수록 코리안리에 입사하고자 하는 지원자들의 갈망은 더 간절해진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리가 낀 안경을 닦는 한 남성 지원자는 "딱딱한 실내면접에서 봐왔던 지원자들이 경쟁자라기보다 또래 친구로 느껴진다"면서 "형, 누나처럼 친근하게 대해주는 면접관을 보니 코리안리에 꼭 들어가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된다"고 말했다.

3시간이 넘는 산행을 마친 지원자들은 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경기도 용인 모기업의 연수원으로 이동했다. 단체 급식으로 끼니를 채운 지원자들을 기다리는 건 마쉬멜로우와 스파케티면. 테이프와 실을 이용해 가장 높은 탑을 만드는 팀에게는 문화상품권이 주어진다. 한 면접관은 "마쉬멜로우 게임은 협동성과 창의성, 의사소통 능력 등을 알아볼 수 있게 개발된 프로그램"이라면서 "자기 주장만 펴는 팀원은 없는지, 호흡은 잘 맞는지 등을 체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1등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점수를 받는 건 아니라고 이 면접관은 덧붙였다.



운동장에서 진행되는 체육대회는 초등학교 시절 ‘가을운동회’를 연상케 했다. 사방이 트인 운동장 곳곳에서 면접관들이 지켜본다는 긴장감 탓일까. 곳곳에서 근육통을 호소하는 지원자들이 생겨났다. 치료를 돕는 간호사 출신 한 면접관은 "나중에 입사하면 꼭 보답을 하라"면서 지원자들의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생전 처음 축구를 해본다는 한 여성 지원자는 "실외면접에 선발됐다는 통보를 받은 다음 날부터 축구공을 사서 한강 고수부지에서 축구연습을 했다"면서 "면접관들이 이런 노력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합격을 위한 최종 관문이자 실외면접의 하이라이트인 술자리 면접에서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는 건 감점 요인이다. 특히 ‘1분 스피치’에서 "면접 기회를 주신 사장님과 임직원분들께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읍소형 지원자도 매력이 떨어진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1분 자유발언은 자기 PR을 하는 시간"이라면서 "여기서 당락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옥훈련과 같은 면접을 통과한 입사자에게는 수고한 대가만큼 보상이 기다린다. 이 관계자는 "입사 후 2~3년 내 전직원이 1회 이상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신입사원부터 퇴직 전까지 유기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 최고의 재보험 전문인력을 키워낸다"고 강조했다.



<최진성 기자/@gowithchoi>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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