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태원 록 그룹 리더의 청와대 특강
뉴스종합| 2011-12-09 11:10
록 그룹 ‘부활’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인 김태원 씨의 엊그제 청와대 특강이 잔잔한 화제다. 우선 참석자들의 면면이 ‘대통령 과학장학생’ ‘국제과학올림피아드 대표학생’ 등 과학재원 240여명으로 눈길을 끌었다. 음악과는 거리가 있는 이공계 학생들 아닌가. 그런데도 이들이 굳이 김 씨를 ‘최적의 멘토’로 지목한 것도 색다르다. 썩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록 그룹 리더와 전도유망한 과학도들의 만남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마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언젠가 결실이 있을 것이다. 시종 진지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점심으로까지 이어졌다니 더욱 그렇다.
학업은 1, 2등을 다투는 우등생이어도 늘 외롭고 고단할 과학도들을 상대로 김 가수의 고민과 좌절, 재기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이 펼쳐지자 분위기는 자못 숙연해졌다고 한다. 강연자는 준비된 원고 없이 감성적 언어로 학생들을 격려했다. “여러분은 생각 하나로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만큼, 최고점에 갔을 때 조금도 흔들리지 말고 다 나눠주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분명 성공한다”는 말로 과학 미래의 내면을 기분 좋게 자극했다.
김 가수의 이날 강연이 미래 새싹들에게 흔들림 없는 정진을 일깨우는 희망의 효소가 됐길 바란다. 행사 주최측도 이런 점을 감안했을 것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최근 심각하다. 각종 과학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한 학생 10명 중 3명이, 서울대 생명공학부 학생 10명 중 4명이 의사의 길을 택하는 실정이다. 카이스트도 마찬가지다. 과학기반이 무너지면 국가가 온전할 수 없다. 어디 과학뿐인가.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거리에 넘쳐도 진정한 길라잡이를 찾기 어렵다. 결코 짧지 않은 27년간의 외길 인생, 한때 가난과 음악적 번뇌가 버거워 우울증에 시달렸고, 마약중독에까지 이르렀던 김태원 씨가 희망의 아이콘이 된 데는 좌절을 재기로 일군 ‘순수와 소탈’의 힘이 컸다고 본다.
자폐증 아들을 둔 중년 가장으로서 편견과 차별에 가슴 아파도 늘 유쾌하려 애쓰는 김 씨는 최근 자전 에세이집을 출판, 인세 전액을 천주교 한 수도원에 기부했다. 이처럼 한길을 파고 성공한 전문가, 진정한 스페셜리스트들이 사회를 지탱해야 건전한 공동체인데, 우리는 그저 모두 조금씩밖에 모르는 제너럴리스트들 아니면 돈 되는 길만을 찾아다닌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풍조에 편승, 트집과 조롱으로 시비나 거는 일단의 군상이 반성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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