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일반
단타매매 극성…변동성 세계최고 수준
뉴스종합| 2011-12-19 11:29

美 더블딥 우려·유럽위기…

일평균 1.23% 오르락내리락

회전율 15.6%로 세계 3위

장기·기관투자층 얇고

대외 의존도 높아 고질병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2011 한국증시의 성적표 주석에 달릴 법한 말이다. 올해 한국증시는 변동성과 회전율, 거래대금 모두 세계 수위를 달렸다. 종합주가지수는 대외변수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며 변동성만 키웠다. 이 틈을 타 개인들은 단타를 즐기며 회전율을 세계 3위 수준으로까지 끌어 올렸다. ‘가장’(종합주가지수)이 대외변수에 휘청일 때, ‘자식’(시장 참여자)들은 ‘한 몫’ 잡기 위해 투전판으로 뛰어든 셈이다.

19일 세계거래소연맹(WEF)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지난달 말 기준 회전율은 15.6%로 세계 51개 거래소 중 3위에 올랐다. 회전율이 더 많았던 주식시장은 미국의 나스닥 OMX(25.0%)와 중국 선전증권거래소(21.4%)뿐이었다.

회전율은 거래량을 상장 주식수로 나눈 값이다.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주식수에 비해 거래가 많다는 것으로 그만큼 단타 매매가 극심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지난 2007년 8.9%로 세계 6위 수준에 그쳤던 한국증시의 회전율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17.8%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이후 2009년 말 4위(14.1%), 2010년 말에는 5위(13.2%)로 줄곧 내림세를 타던 회전율이 올해 유로존 재정위기 등 글로벌 파고에 다시 15.6%까지 올라간 것.

시장 덩치와 비교해 한국증시의 거래대금도 많은 편에 속한다. 지난달 말 기준 한국거래소 거래대금 순위는 7위였다. 시가총액이 2조 달러대를 웃도는 NYSE유로넥스트(유럽)와 홍콩거래소 등도 한국시장 뒤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시가총액이 1조82억달러로 5년째 세계 16위에 머물러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흡사 ‘투전판’을 연상케 하는 회전율과 거래대금의 이면에는 세계수준의 변동성이 자리잡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 16일 종가 기준으로 일평균 1.23% 오르거나 내렸다. 지난해 0.73%였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높아진 수치다. 그만큼 지수가 많이 요동쳤다는 뜻이다. 게다가 올해 지수가 3% 넘게 상승하거나 하락한 날은 17거래일에 달했다.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상황이 한동안 이어진 셈이다.

반면,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일평균 0.95% 오르내려 한국증시와 큰 격차를 보였다. 영국 FTSE100 지수는 1.01%,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1.06%, 인도 센섹스 지수는 1.06%로 1% 남짓의 일평균 등락률을 각각 기록했다. 한국증시보다 변동성이 높았던 곳은 독일 DAX30 지수 등 극소수에 불과했다.

한국증시가 갈짓자를 걷는 동안 증권사들은 불어나는 지갑에 흐뭇했다. 국내 증권사의 수탁수수료가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수탁수수료는 미국 증권사의 4배 이상이다. 거래대금 대비 수탁수수료수익 비율은 한국 0.33%, 일본 0.20%, 미국 0.07%다. 한국 증권사의 수탁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이다. 회전율이 높아 가만히 앉아서도 증권사와 거래소는 손쉽게 돈을 버는 구조인 셈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세계 최대인 파생상품 시장이 현물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 경기나 수급의 국외 의존도가 높은 점도 시장 불안의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장도 “거래가 많고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우리 시장에 장기투자자 비중이 작고 기관투자자층이 얇다는 의미다. 외국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단기투자가 많은 것도 회전율을 높이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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