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천일의 약속’, 왜 종반에 긴장이 풀렸나?
엔터테인먼트| 2011-12-21 13:06
20일 종영한 SBS 월화극 ‘천일의 약속’은 종반에 들어서면서 긴장도가 풀려버렸다.

이 드라마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 서연(수애)의 비극적인 삶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모습과 사랑을 그려내 호평 받았다. 하지만 중후반 들어서며 지형(김래원)이 향기(정유미)와의 결혼식 직전 이를 파기하고 지난달 28일 원래의 여자친구 서연과 결혼식을 올린 13회 이후에는 시청하는 재미가 반감됐다. 이와 때를 같이해 시청률도 조금 떨어졌다. 결혼식전까지는 김래원과 수애가 순수한 사랑으로 주위의 온갖 장애를 극복해나갔지만 결혼후에는 수애의 투병과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둡고 충격적인 장면이 대부분이었다.

두 사람의 결혼전만 해도 이들 주연 못지 않게 크게 부각됐던 서연 사촌오빠 재민(이상우)과 부잣집 딸이지만 때묻지 않은 순애보를 간직한 향기도 역할과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

알츠하이머 병을 앓는 사촌동생 서연(수애)의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조언을 하는 모습이 더욱 멋있어 보여 이상우에게는 ‘국민 사촌오빠’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초반 친구인 지형(김래원)이 서연을 버리고 향기(정유미)와 결혼하려고 하자 지형에게 그럴 수 있냐고 몰아붙인 것도 재민이였고, 서연이가 사실은 지형과 결혼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후부터는 이들의 결혼을 적극 도운 것도 재민이였다. 하지만 서연과 지형이 결혼한 이후에는 재민이라는 캐릭터가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속깊은 오빠, 다정한 사촌오빠, 매력적인 조력자로서의 이상우는 계속 보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서연이 알츠하이머 병이 진행되며 기억을 잃어가고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증상들, 이를 충격과 슬픔속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지형과 가족들의 모습만으로도 드라마로서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당연한 치매의 진행과정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천일(3년)이 지나고도 지형은 죽은 서연의 묘에 딸과 함께 참배하며 “나는 아직이다. 서연아”라고 말함으로써 약속은 지켜졌다. 사랑의 힘은 컸고 따뜻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드라마는 마무리됐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