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라이프스타일…소통, 혁신, 긍정의 에너지 전도사
뉴스종합| 2011-12-26 13:42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 사무실에는 한 달에도 여러 차례 책이 가득 담긴 박스가 배달된다. 다독(多讀)으로 유명한 김 실장은 경영서적뿐만 아니라 장르를 불문하고 ‘좋은 내용’이라고 느낀 책을 직접 주문해 직원들에게 선물하고 읽기를 권한다. e-메일 등을 통해 직원들과 격의없이 서평을 나누고, 영감을 얻은 좋은 내용이나 제안들에 대해 직접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김 실장은 사내에서 직원들과 격의없는 대화와 토론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방식은 소탈하다.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캐주얼한 아이디어 회의를 즐긴다. 그리고 경청한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인근에서는 점심 시간에 직원들과 나란히 근처 찌개집이나 백반집으로 향하는 그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솔라사업단 시절 에피소드. 당시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주 1~2회씩 점심시간을 쪼개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태양광 산업 관련 공부를 했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함께 밥을 먹던 팀원들이 사라지는 걸 궁금히 여긴 김 실장은 곧 스터디그룹의 존재를 알게 됐고 이후 함께 피자를 시켜 나눠 먹으며 더욱 열공에 몰입했다고 한다.

소통을 통한 혁신 마인드는 주변인들이 꼽는 그의 최대 장점이다. 직원들이 들려주는 아이디어뿐 아니라 각종 미디어와 독서를 통해 얻은 혁신적인 생각들을 즉시 적용 가능한지 파악하고 스스로 제안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e-메일과 문자로 임직원들과 쉼없이 대화한다. 칸막이를 없앤 열린 사무실 공간을 조성하고 언제든 직접 얘기를 나눌 수 있게 책상을 공유한다.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오너가 3세란 스펙, TV 드라마 등을 통해 양산된 재벌가 출신 ‘실장님’에 대한 선입견은 이립(而立)을 앞둔 이 혈기왕성한 경영자 앞에선 노파심에 불과할 뿐이다. 최근 1박2일 워크숍에서도 그는 직접 자기 소개를 하고 뒤풀이에도 적극 참여해 회사 일은 물론, 개인 취미 등에 대한 격의없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튿날 설악산 비선대까지 동행했고, 파전과 막걸리 오찬으로 함께 허기를 채웠다.

그는 결혼식, 장례식 등 직원 개개인의 대소사까지 직접 챙긴다. 최근 한 직원의 모친이 암 판정을 받고 슬퍼하는 것을 보고, 위로와 함께 적지 않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어느 날. 당시 그룹 태양광 사업의 중장기 기본 전략을 준비하던 TF인 솔라사업단은 홍기준 단장(사장)을 비롯한 30여명 전원이 서울 동작구 상도4동의 재개발 예정 지역으로 가, 그곳 저소득 가정에 연탄 2000장을 직접 배달해 주고 방한용품도 전달했다.

흥청망청 송년회 대신 봉사활동을 가자고 한 것이 김 실장이었다.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는 게 더 뜻깊을 것이라는 김 실장의 아이디어에 모두가 흔쾌히 찬성했고, 김 실장도 운동복 차림으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새까맣게 변한 줄도 모르고 따뜻하게 봉사활동을 마쳤다. 워낙 조용히 행동에 옮긴 탓에 그룹 내에서도 한참이 지난 뒤에야 입소문을 탔을 정도다.

지난해 1월 한화그룹 회장실 소속 차장으로 입사하기 전부터 김 실장은 김승연 회장으로부터 그룹과 경영에 대한 깊이 있는 교육을 받고 이해도를 높여 왔다. 본인이 주력하는 태양광 사업뿐 아니라 2차전지, 바이오, 나노분야 등 신성장 사업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김 실장이 만들어낸 소통과 혁신을 통한 긍정의 에너지는 다양한 모습으로 발현된다. 한화는 올초 UNCCD(유엔사막화방지협약) 사무국과 공조해 기업 최초로 태양광 에너지 발전 설비를 이용한 사막 녹지화 사업에 참여키로 하고 9월 중국 닝샤 자치구와 MOU를 체결했다.

이는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신재생에너지의 가치와 기업의 사회공동체적 책임을 동시에 실현한 사례로, 제10차 창원 UNCCD 총회 고위급 만찬 개회사에서 150여개국 관계 장관 및 정부 관계자들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태양광을 활용한 국내 사회적 기여 사례는 지난 21일 첫 성과를 냈다. 충남 아산의 아산종합사회복지관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무료로 설치해 아이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향후 10년간 150억원을 들여 전국 500여곳의 사회복지시설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무료로 설치하는 ‘해피 선샤인’(Happy Sunshine)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김 실장이 존경하는 인물로 평소 “기업이 속한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가장 알맞은 형태의 공유가치를 선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온 CSV(공유가치창출) 전도사인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의 지론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김 실장은 스포츠 등 다방면에도 뛰어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선한 눈웃음에 어울리지 않게 UFC 등 이종 종합격투기 대회에 자주 등장하는 브라질 유술인 ‘주짓수’의 파란띠(태권도로 치면 2단) 유단자다. 아마추어로서는 상당한 실력자로 알려져 있다. 주짓수는 하버드대 재학 시절 첫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하버드 한인유학생회장을 맡으면서 특유의 친화력으로 주짓수 무술 동호회를 이끌기도 했다.

<류정일 기자 @ryu_peluche>

ryu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