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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그리기와 관념적 습관
뉴스종합| 2011-12-27 10:54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의 12월이다. 지난 1년을 마무리하면서 가까운 주변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한 해의 무탈을 고마워하면서 그들의 평안도 빌게 된다.
지인들의 얼굴을 기억하다 문득 우리가 갖고 있는 ‘관념의 습관’ 때문에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는 것과, 이러한 관념의 습관이 심지어 우리의 투자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직업병이지만 이러한 연상작용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해봄직한 일이다.
얼굴은 사람들이 가장 즐겨 그리는 대상 중 하나지만 얼굴을 성공적으로 묘사하는 일은 그림을 전업으로 하고 있는 화가들에게조차 상당히 힘든 일이라고 한다. 얼굴을 그릴 때 우리의 관찰력을 무력하게 만드는 관념적 습관을 극복하기 매우 힘들고, 다른 어떤 소재보다 인간의 형태에 익숙해 있어 작은 실수도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반면에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아이가 엄마의 얼굴을 그리는 것은 쉬워 보인다. 단숨에 그려낸다. 그러나 순수함을 잃어가는 성인들에게 얼굴 그리기는 힘겨운 일이 될 수 있다. 관념적 습관과 실제 모습이 다를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얼굴에서 코는 해부학적으로 관찰해보면 생각보다 크지도, 높지도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코를 얼굴에서 실제보다 크게, 높게 그린다. 또 귀는 얼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는 귀를 작게 그려 어색한 얼굴이 되기 쉽다.
얼굴 그리기에서 나타나는 관념적 습관은 투자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투자전문가들조차도 시장이 상승하게 되면 계속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조정의 기미를 보이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또 전망이 벗어날 경우 세간의 시선과 두려움으로 전망이 전반적으로 낙관적인 성향을 띠게 되는 경향이 있다.
시장분석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애널리스트들의 연초 기업이익 추정치와 연말 실제치를 비교해보면 총 10차례 가운데 4번은 애널리스트 추정치보다 실제치가 높았고, 6번은 반대로 실제치가 낮았다. 재미있는 것은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보다 실제치가 높았을 경우 그 폭이 8.3%에 불과했지만, 추정치보다 실제치가 낮게 나오게 될 경우 그 감소폭이 28.7%로 괴리가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관념적 습관으로 인해 실질 경제지표의 변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도 서프라이즈와 실망이 급격히 교차하며 오히려 단기적인 시장변동성을 확대시키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투자의 기본 속성이 불확실성에 대한 판단이지만 불확실성에 대해 관념적 습관을 가지는 것은 투자자들이 경계해야 할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관념 내지 습관에 의존하는 것은 투자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제대로 얼굴을 그리기 위해서는 해부학적 지식을 토대로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도 관념보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전략을 세워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가오는 2012년도 결코 쉬운 해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원칙과, 사태를 정확히 볼 수 있는 판단력이 있다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혼란을 피해갈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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