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苦물가’ 가장 무서웠다
뉴스종합| 2011-12-28 11:14
구제역 파동·이상기온 영향

각종 식음료 수급 불균형 초래

자고나면 장바구니물가 高高~


대형마트들 알뜰소비자 공략

‘통큰 vs 착한’ 가격파괴 경쟁


당국 ‘물가와의 전쟁’선포에

업체들 인상철회 해프닝도



2011년 식음료 시장을 관통한 핵심 화두는 ‘물가’였다. 올 들어 원부자재 및 유가 상승 등을 이유로 각종 식음료 가격이 줄줄이 올랐기 때문이다.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은 허리띠를 잔뜩 졸라매야 했다. 급기야 MB 정부는 식탁물가를 잡겠다며 ‘물가와의 전쟁’까지 선포했다. ‘물가와의 전쟁’엔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지식경제부, 국세청 등 물가와 관련 있는 정부 부처가 총동원됐다.

대한민국 고물가의 신호탄은 구제역 파동과 이상기온이었다. 이는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고 삽겹살이나 원유, 농수축산물의 시세는 미친 듯이 뛰었다. 여기에 지난 3월과 4월 설탕과 밀가루까지 연달아 10% 가까이 오르면서 고물가 행보는 전 업종으로 확산되는 등 걷잡을 수 사태에 빠져들었다.

설탕과 밀가루 가격이 오르자 롯데칠성은 기다렸다는 듯 4월께 콜라, 사이다, 주스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5∼10% 인상했다. 5월 이후엔 오리온을 비롯한 롯데제과, 크라운, 해태제과, 농심 등도 과자와 스넥 가격을 최고 두 자릿수까지 올렸다. 심지어 식품업체 중엔 한 해 동안 가격을 두세 차례 올린 곳도 있다.

원재료 가격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제품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업체들의 항변이다. 과자나 스넥만 가격이 오른 게 아니다. 서민들이 즐겨먹는 빵과 두부, 콩나물, 음료, 우유, 치즈, 발효유, 참치햄, 커피 등도 줄줄이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빙그레는 지난 5월 ‘바나나맛우유’를 7% 올렸다.

CJ제일제당, 풀무원, 동원F&B 등도 주요 제품의 판매가격을 최고 두 자릿수나 상향 조정하며 고물가 행렬에 가담했다. CJ 뚜레쥬르, 파리바게뜨에선 빵값을 인상했다. 농심의 ‘신라면’과 ‘안성탕면’ 등 라면값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한 자릿수 올랐다. 동서식품, 한국네슬레와 스타벅스, 탐앤탐스 등 커피 관련 업체들도 제품 값 인상에 적극적이었다.


코카콜라를 비롯한 일부 음료업체도 음료값 인상에 나섰다. 디아지오코리아에선 ‘조니워커’ 등 일부 위스키 가격을 슬그머니 올렸다. 식료품 고물가 사태가 이어지면서 유통가엔 예전에 볼 수 없던 색다른 모습도 연출됐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들이 고물가에 놀란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치열한 가격파괴 대결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통큰’ ‘착한’ 등 가격파괴를 상징하는 다양한 신조어가 탄생했다. 상품가격을 낮추기 위한 산지 직거래 영업 경쟁이 그 어느 해보다 치열했다. 고물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결국 물가당국은 물가와의 전쟁이라는 칼을 뽑아들었다.

정부는 지난 2월 두유업계, 3월 단무지업계, 6월 고추장, 치즈업계 등 식음료 업체들을 가격 담합으로 몰아 줄줄이 과징금 폭탄을 때렸다. 라면, 과자, 빙과, 아이스크림 등 일부 제품에 대해선 권장 소비자가격을 부활하는 극약 처방도 내렸다. 일부 고가 제품이 여론에 밀려 생산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빚어졌다.

가격인상을 발표했다가 철회하거나 이미 인상된 제품 값을 종전 가격으로 되돌리는 해프닝도 잇따랐다. 실제 풀무원은 두부, 콩나물, 어묵, 드레싱 등 주요 제품 값을 올렸다 7시간 만에 제자리로 돌려놨다. 청량음료와 주스, 커피음료 가격을 올렸던 롯데칠성도 똑같은 절차를 밟았다.

서울우유에 이어 오비맥주도 맥주 값 인상을 발표했지만 이내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관치물가, 민간기업 팔목 비틀기 등 많은 말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내년이다. 현재 가격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못 올렸거나 환원한 제품들이 내년엔 경영난을 이유로 재차 가격인상에 나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식음료 전문가들이 ‘고물가와의 전쟁’ 2라운드를 예고하는 이유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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