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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제2의 도가니 되나
엔터테인먼트| 2012-01-04 10:34
“진실이 통하지 않을 때의 답답함에 숨막혀왔다” “보는 동안 화가 났다” “ ‘도가니’같다”
개봉 전부터 뜨겁다. 이른바 ‘석궁테러사건’을 그린 영화 ‘부러진 화살’(감독 정지영ㆍ개봉 19일·사진)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최대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로 한국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소재로 했고 그 도마에 사법부를 올려놓아 메스를 들이댄 작품이며, SNS상에서 여론의 반향을 끌어내고 있다는 점 등 면면이 제2의 ‘도가니’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 자체로도 뛰어난 재미와 완성도를 갖추고 있어 새해 한국영화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영화계에선 소재나 장르에서 전혀 관계성 없는 ‘최종병기 활’에 빗대 “ ‘활영화는 흥행불패’라는 새로운 공식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까지 돌 정도다.
실제 ‘석궁테러사건’의 발단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한 대학 수학과 조교수로 재임 중이던 김명호 교수가 대학별 고사 수학 출제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 후 부교수 승진과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김 교수는 이에 반발해 교수 지위 확인 소송에 나섰으나 결국 패소한 후 재판 결과에 항의하기 위해 2005년 담당판사를 찾아가 석궁을 들이댔다. 이 사건은 ‘사법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당시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김 교수는 거듭된 항소심에도 불구하고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후 지난해 만기출소했다.
실제 당사자인 김 교수가 영화 속에선 김경호(안성기 분)로 이름이 살짝 바뀌었을 뿐 전체적인 틀거리와 주요 공판내용은 실화에 바탕해 재구성했다.
영화는 판사를 찾아간 김 교수가 실제 석궁을 쏴 상대가 부상을 당했는지, 석궁을 들고 위협만 했을 뿐인지 여부를 가리는 공판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사회의 합의와 법을 지키는 것이 보수”라며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김 교수가 오히려 “법대로”를 외치며 법규정을 조목조목 들이대고, 검사와 판사가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열지 못하거나 결정적 증인ㆍ증거를 묵살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특히 석궁사건의 ‘피해자’인 판사가 자신의 배에 화살이 꽂혀 묻었다며 제출한 증거물인 옷의 혈흔을 두고 누구의 것인지 감식하자는 피고 김 교수 측의 주장을 재판부가 외면하는 장면에선 객석에서 한숨과 야유가 흘러나올 정도다. 영화 속에서 검사와 판사 등 사법권력은 뻔뻔하고 파렴치하며, 무원칙하고 이기적이며, 탈법적인 집단으로 묘사된다.
국민적 신뢰를 받고 있는 안성기가 김 교수 역할을 맡아 바보스러울 정도의 원칙주의자이면서도 능청스러운 유머를 갖고 있는 인물을 연기했다. 대표적 재야 성향의 정치 참여형 배우 문성근을 사법부의 동업자 밥그릇을 보호하려는 가장 비열하고 가장 강경한 판사로 등장시킨 것도 절묘하다.
이형석 기자/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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