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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했던 벤처’, 그들이 2012에 다시 돌아온다
뉴스종합| 2012-01-04 09:43
2012년 임진년(壬辰年) 용띠 해에 ‘벤처정신’이 되돌아 왔다.

2000년대 초반 초절정 황금기를 구사하다 전세계적 닷컴 몰락과 더불어 한없이 동반 추락했던 벤처. 그 ‘잊혀진 강자’가 돌아온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던 불굴의 도전과 기업가 정신으로 한층 더 무장한 벤처가 임진년(壬辰年) 용띠 해를 맞아 찬란한 용틀임을 시작했다.

글로벌 재정위기 속에 ‘기존 강자’들도 여지없이 한방에 나가 떨어질 정도로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불어닥치고 있는 상황에서 벤처 특유의 모험심과 창조력은 가장 위력적인 생존 무기가 될 수 있다. 좌절과 추락이라는 쓰디 쓴 고배를 마신 경험을 가진 그 ‘벤처 군단’이 그 역사적 교훈을 가슴에 깊이 담고 벤처왕국 재현에 앞다퉈 달려들고 있다.

상황은 긍정적이다. 헤럴드경제와 벤처기업연구원이 신년기획으로 벤처기업 경기실사지수(BSI) 표본실사 집단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2 벤처기업 전망 및 이슈’ 설문조사에 따르면 벤처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편’(높다+매우 높다)이라고 답한 비율이 31.3%로, ‘낮은편’(낮다+매우 낮다)이라는 14.0%보다 월등히 높았다.

지난해 조사와 상황이 완전 역전된 것이다. 지난해는 같은 질문에서 자긍심이 높은편(14.0%)이라는 답이 낮은편(53.7%)이라는 답 보다 크게 저조했었다. 1년 만에 벤처인의 긍지심이 뚜렷하게 되살아난 것이다.

지난해 벤처인의 꿈인 스티브 잡스이 재조명되고 스마트폰, 웹, 녹색기술의 진화 등과 맞물려 벤처가 다시 부각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국가 전체산업에서 벤처기업 영향력이 ‘어느정도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도 64.4%로 가장 높았다. 특히 벤처기업 71.7%가 “내년에 채용계획이 있다”고 답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 어려운 경영현실 앞에서 채용을 유보하거나 축소하려는 일반 기업의 암울한 고용시장 전망과 달리 활력있는 벤처시대를 예고케 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 전망(48.7%)이 부정적 전망(11.6%) 을 압도했다. “벤처는 아직 죽지 않았다. 부활만 남았을 뿐”이라는 벤처업계의 당당한 포부를 반영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위기 속 도전을 상징하는 벤처기업 앞에 놓인 2012 정치적 환경 변화도 새 모험을 나서는 벤처로선 나쁘지 않아 보인다. 총선과 대선이 포퓰리즘과 맞물리면서 일반 기업경영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나 잠재적 후보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이 ‘벤처’와 깊은 인연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벤처는 주요 키워드를 차지하며 ‘정치적 훈풍’을 탈 확률도 높다. 제2 벤처 창업 열풍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이미순 벤처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위상 약화로 고민했던 벤처인의 자긍심이 살아났다는 게 의미가 크다”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혁신적 기술로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벤처의 새로운 성장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흑룡의 기운을 받은 벤처가 허황된 ‘대박 꿈’이 아닌 기술력과 창조력, 그 변모된 내실을 기반으로 10년 전 ‘왕국’ 재현의 비상(飛翔) 신호음을 울리고 있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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