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양극화 불만’을 표심으로 연결시켜라...정치권 일제히 재벌 때리기
뉴스종합| 2012-01-05 10:33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대기업ㆍ재벌 때리기에 여념없다. ‘반 서민, 재벌’이란 이름을 덧씌워, 정치와 사회에 팽배한 불만을 전가시켜 표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5일 열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는 다양한 경제 관련 정책 쇄신안이 논의됐다. 권영진 비대위 정책쇄신분과 위원은 “신자유주의 질서가 낳고 있는 양극화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공정경쟁 경제정의 가치 창조를 새 기본 정책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에서 폐지했던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은 물론, 대중소기업 상생 의무화, 초과이익공유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 ‘친 재벌’이라는 이미지를 탈색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의미다. 지난 국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도해 처리했던 ‘MRO법’을 경제, 기업 정책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의지기도 하다.

민주통합당은 ‘재벌 때리기’는 공공연하다. 지도부 선출 경선에 나선 9명의 당권 도전자들은 저마다 ‘재벌’이 가진 사내 유보금을 빼앗아올 적임자가 바로 자신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전날 광주에서 열린 합동 토론회에서 박영선 후보는 “재벌개혁법과 서민생활안정특별조치법을 만들겠다”며 최근 사회 일각의 반 기업 정서를 서민정책으로 포장, 총선 전략화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박용진 후보도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을 청년 고용기금으로 내놓게 하겠다”고 나섰다. 법인세율 인상, 한미FTA 폐기 등의 구호는 흔하다.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집의 담을 넘은 과거전력이 ‘재벌 응징’으로 미화되기도 했다. 이학영 후보는 “민주화 운동 단체에서 일하며 재벌을 어떻게 응징할까 생각하다 운동자금 마련 명목으로 재벌 회장 자택을 넘었던 것”이라며 자신을 의적(義賊)으로 표현했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통합연대가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뭉진 통합진보당은 한발 더 나갔다. 통합진보당이 정한 40개의 강령 속에는 부자증세 등 조세, 재정혁명, 독점재벌 경제체제 해체 등을 명문화됐다.

진보에서 보수까지 정치권 모두가 ‘부도적한 재벌의 돈 빼앗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재벌 때리기에는 총선과 대선의 승리라는 공통된 이해 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2008년 글로벌 재정 위기를 계기로 대두된 사회 양극화의 불만을 표심으로 끌어오는 전략인 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만 표출 대상이 되는 ‘공공의 적’이 필요했고, 그 결과 ‘재벌’이란 이름표를 붙인 대기업이 최적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은 한진중공업 사태 등이 불거진 지난 여름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며 “그동안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고, 또 문제 해결의 적임자를 뽑는 선거를 앞두고 재벌 때리기는 여야를 떠나 공통된 현상으로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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