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메신저 ‘돈셔틀’로 돈 강탈…학교폭력 무섭게 진화
뉴스종합| 2012-01-09 08:18
인터넷 메신저가 금품 갈취와 학교 폭력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후배들에게 상습적으로 금품을 갈취하고 폭력을 행사한 선배들은 메신저에 후배들을 아이디를 등록해놓고 접속을 할 때마다 쪽지와 대화로 “○월○일까지 얼마를 모아서 학교로 가져와라”는 등의 명령을 내렸다. 일종의 ‘돈 셔틀’이다. 액수를 정해주고 그만큼 돈을 가져오지 못하면 ‘빚’으로 남기고 액수를 채울 때까지 끊임없이 협박과 폭행을 일삼았다. 특히 일부 학생에게는 다른 친구들에게 돈을 빼앗아오라고 지시해 피해 학생들이 또다른 범죄를 저지르게 만들었다.

▶메신저 이용해 일명 ‘돈 셔틀’…접속 안한다고 폭행하기도=서울 S중학교에서 발생한 후배 폭행 및 금품 갈취 사건과 관련해 <헤럴드경제 6일자 사회면 참조>피해자들은 네이트온을 통해 돈을 가져오라는 명령을 받았으며 요구대로 돈을 상납하지 못하면 폭언과 폭행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서울 마포경찰서와 피해 학생 등에 따르면 남ㆍ여학생 30여명으로 구성된 가해 집단 학생들은 자신들을 ‘팸(패밀리의 준말)’이라고 부르며 하급생 30여명을 대상으로 상습적으로 돈을 빼앗아 왔다. 이들의 금품 갈취 방법은 ‘탐색-대상 선정-메신저로 금품 상납 및 갈취 강요’등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A(15)군 등 피해 학생들이 중학교에 입학한 지난해, 초기에는 돈을 몇천원씩 빌리고 안갚는 수법으로 대상을 물색했다. 돈을 빼앗기고도 부모님이나 학교에 신고하지 않는 학생들을 선별하기 위한 ‘탐색’작전이었다.

대상을 정하면 이후는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해 협박을 시작했다. 일부 학생들에게 일명 ‘돈셔틀’을 강요했다. 액수를 정해주고 다른 친구들에게 빼앗아오라고 지시를 한 것.

헤럴드경제가 A군 등 피해 학생들을 통해 입수한 지난 12월 한달간 대화 내용에 따르면 “(돈) 모아놔. 11월20일까지 4만원 들고 있어. 형이 전화 할테니까.”(가해자 B군), “너 ○○한테 돈 가져오라고 말했어? 내 전화 씹자나 XXX아!”(가해자 B군) 등 정기적으로 협박을 일삼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견디지 못한 A군은 “형 진짜 죄송한데요. 어떤 애한텐 6만원, 또 다른 애한텐 3만원 빚지고… 모으기가 너무 힘들어요. 한번만 봐주시면 안될까요”라며 애원하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런짓 없게 하라해. 한번 더 그런일 있으면 너네 1학년 일자로 세워놓고 짓밟아줄게(가해자 C군)”라는 등의 폭언 뿐이었다.

피해 학생들은 지난 10월부터 1인당 15-50만원정도를 갈취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A군은 “돈을 모으지 못할 경우는 부모님 지갑에서 몰래 돈을 가져와 내기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옷 팔기 ㆍ상품권 상납까지=가해 학생들은 자신이 쓰던 물품을 피해 학생들에게 강매하기도 하고 돈 대신 문화상품권을 상납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D(15)군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쓰레기 같은 옷을 주고 팔아오라고 시키기도 했다. 다른 친구에게 팔지 못하면 내가 그 옷을 사야했다”며 “차라리 애들에게 인기가 있는 유명 브랜드의 옷을 팔아오라고 하면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현금 대신 문화상품권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다. D군은 “자신의 생일이라며 상품권을 가져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5000원, 1만원짜리 상품권을 십수장씩 가져다 줘야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요구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가해자들은 피해 학생들을 빈 집에 모아놓고 일렬로 세운 뒤 손과 발을 사용해 폭행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S중학교 관계자는 “학교폭력에 대해 인지하고 다양한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폭행의 방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다 신경쓸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6일 가해 학생 B,C군을 입건해 조사를 진행했다. 주말에는 피해 학생들과 학부모 등에 대한 조사도 진행됐으며, 학교를 직접 방문해 실태조사도 벌였다. 경찰은 이르면 이번주 내 가해 학생들에 대한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수진 기자@ssujin84>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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