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
주방에도 ‘물’갈이 신경전
뉴스종합| 2012-01-09 10:10
새해 임진년 벽두부터 ‘물싸움’이 심상치 않다. 다름 아닌 정수기시장 다툼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급률 50% 선에 이르러 포화상태로 여겨졌던 정수기시장이 예상과 달리 최근 계속 커지고 있다. 임대(렌털) 서비스로 비용 부담이 없고 기능성이 강화된 데다 크기도 작아져 신혼가구나 1인 가구까지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1위(웅진)와 차이가 커 싱거운 2위 싸움이긴 하지만 올해 정수기 경쟁의 관전포인트는 LG의 공격성과 웅진의 대응법, 여타 업체의 신병기로 모아진다. 여기에 다크호스의 가세(신규진입)가 변수다.
국내 정수기시장 규모는 연간 100만대, 금액으로는 1조5000억원에 이른다. 보급률은 45∼50% 선으로 조사되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2011년 10월 한국리서치 조사(대도시 기준, 표본조사)에 따르면 전체시장의 56.9%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2010년 하반기 점유율 48%(갤럽리서치)보다 8.9%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이어 청호나이스 11.1%, 교원L&C 6.7%, 동양매직 4.4%, 암웨이 3.3%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정수기시장에 진입한 LG전자와 쿠쿠의 경우 가능성은 보여줬지만 아직 1%대에 불과했다.
올해 물싸움은 일단 교원L&C가 열었다. 이 회사는 최근 전기주전자와 스마트폰 충전기 기능을 갖춘 융ㆍ복합형 정수기 신제품을 선보여 기능성 경쟁을 예고했다.
이 제품은 전기주전자 방식의 온수 선택 가열기능을 탑재해 온수조 없이도 뜨거운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상부에는 스마트폰 충전기를 장착했다. 정수기를 사용하면서 간편하게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교원L&C의 점유율은 10%에 못 미치지만 매년 디자인과 기능을 혁신하며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어 생활가전에서 당당히 틈새를 확보한 한경희생활과학도 정수기시장에 신규 진출, 이달 중 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 경쟁에 뛰어들었다.
또한 LG전자는 브랜드 파워와 유통 능력을 앞세워 올해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해 광고전은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시장 1위업체인 웅진은 올해 1분기 중 신제품을 내놓고 2위 업체들의 공격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신제품은 지난해 11월 디자인 제안전에 선보였던 제품들 중 기능성과 편의성이 강화된 제품이 선택될 전망이다. 디자인 제안전에는 무전원 협탁형 정수기, 가습기능 추가 정수기, 포터블 정수기 등이 나왔었다.
동양매직, 청호나이스 등도 성수기가 시작되는 상반기 중 새로운 기능의 신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수기시장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은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고 밥솥 스팀청소기 등 기존 생활가전 제품군과 공략대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교원L&C 관계자는 “정수기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홈쇼핑을 통해 판매하면 되므로 시장 진입이 용이하며 신규 수요와 교체수요까지 지속적으로 발생, 성장성이 아직도 큰 편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디자인과 관리서비스가 핵심 경쟁요인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최근 한 조사에서도 이 두 가지가 정수기 구입 시 주요 고려요인으로 나타났다. 임진년 정수기시장의 일대 격전 속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궁금해진다. 조문술 기자/freih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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