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우리 등 고배당 시사
정치 테마주도 기세등등
“제재 말보다 행동” 지적도
금융당국의 ‘말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수차례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사들은 고배당을 강행할 태세다. 정치 테마주는 긴급조치를 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기세등등하다. 금융당국 안팎에서 말보다 행동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에 이어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고배당’ 방침을 시사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의 고배당을 억제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에 ‘자본적정성 5개년 운영계획’을 요구했다고 알려진지 이틀만이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장충동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설 맞이 행복한 나눔’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은 지난해 수준 이상으로 배당할 것”이라면서 “오랜만에 이익이 많이 난 만큼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소액주주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어윤대 KB금융 회장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주주를 잡으려면 고배당이 불가피하다”면서 고배당 의지를 밝혔고,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어 사상 최대 규모인 1299억원을 현금 배당하기로 결의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고배당을 억제하고 대손충당금 등을 통해 내부유보를 늘리라고 요구해왔다. 시중은행에 배당 목표 수준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목표치 등을 명시한 ‘자본적정성 5개년 운영계획’을 제출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권에서는 그러나 금융당국보다 두려운 주주들의 반발을 감안해 결국 고배당을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주식시장은 아예 금융당국의 구두경고를 무시하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8일 정치 테마주에 대한 긴급조치권을 발동해 작전 세력을 즉각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 깜짝 놀란 정치 테마주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지난 10일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서울대 교수 등 예비 대선 주자와 관련된 주식들이 일제히 반등하면서 금융당국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의 고배당 문제는 수년째 지적됐지만 정책 의지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액션이 없다”면서 “정치 테마주 역시 ‘시범케이스’를 미리 준비해놨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