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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이민정 “늦깎이 배우?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 다할 것”
엔터테인먼트| 2012-01-11 11:42
비록 적지 않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해 걷는 배우가 있다. 예쁜 외모로 ‘여신’이라 불리지만, 성격은 누구보다도 소탈하고 솔직한 배우 이민정의 이야기다.

2004년 영화 ‘아는여자’의 단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2006년 ‘포도나무를 베어라’에서 수녀 서아로 주연을 맡아 스크린에 도전장을 던졌다. 2009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 ‘그대 웃어요’로 대중들의 인기스타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그후 영화 ‘시라노 연애 조직단’, 드라마 ‘마이더스’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명성을 떨쳤다. 그런 그가 영화 ‘원더풀 라디오’(감독 권칠인)로 돌아왔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민정은 작품 속에서도, 작품 밖에서도 강한 존재감으로 빛을 발하는 배우였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걸그룹 출신의 철없는 라디오 DJ 진아 역을 맡았다. 철부지지만, 라디오라는 소통의 수단을 통해 각양각색의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장하는 캐릭터다. 무엇보다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민정 역시 부담감을 피해갈 순 없었다.

“이번 영화에서 제 비중이 커서 부담스러워요. 영화를 직접 끌고 나가는 건 처음이니까요. 그렇지만 감독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진아가 사람을 통해 성장하는 캐릭터인만큼 실제 촬영에서도 사람들을 직접 관리하고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죠”



그는 아직 작품 속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듯 “‘진아’가 철이 없는 캐릭터지만 의리만은 있는 친구”라며 칭찬을 늘어놨다. “의리나 친구관계에서는 철이 든 친구에요.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으니 기질 자체가 철이 없는 거죠. 의리있는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데 대중에게 감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 거죠”

자신의 역할에 대해 부담감이 남달랐던 그는 실제 촬영에서도 열정적으로 임했다. 그만큼 힘이 드는 작업이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힘을 가진 음악영화에 출연하게 돼 기쁘단다.

“제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녹음도 해보고 기타연습도 했어요. 또 걸그룹 당시 모습을 재연하기 위해 안무 연습과 촬영을 병행했죠. 힘들긴 했지만, 늘 음악영화를 해보고 싶었어요. 이번 영화랑 ‘원스(Once)’랑 느낌이 비슷한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힘이 있잖아요”

인터뷰 내내 특유의 솔직함으로 털털한 웃음을 짓는 그의 실제 성격은 어떨까. 또 극중 ‘진아’와는 얼마나 부합할까.

“실제로도 털털한 편이에요. 꼼꼼하지 못하고, 덤벙거리는 성격이긴 한데 또 여성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엄마가 인테리어와 음식하시는 걸 좋아하세요. 여태껏 아침을 한 번도 안 차려주신 적이 없으실 정도로요. 저도 그 부분은 쏙 빼닮았어요”

그는 이번 작품에서 이정진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시종일관 티격태격하지만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알콩달콩한 커플들의 모습과는 살짝 거리가 멀다. 그 역시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정진오빠와의 러브신은 편집된 부분도 있어요. 영화가 워낙 휴먼드라마처럼 성장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보니까 말이죠. 애정보다는 멜로가 위주였기 때문이죠. 그리고 정진오빠는 무뚜뚝해 보이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의외로 자상하더라구요”



이정진 외에도 극중 이민정의 남자가 있다. 바로 학창시절부터 신진아의 열혈 팬이었던 차대근.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웃음 짓게 하는 매력을 가진 이광수다. 이광수가 쑥스러움이 많고 어리버리한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광수는 공식석상에서는 굉장히 쑥스러워하는데, 그게 다 설정이에요. 쑥스러운 척하고서 오히려 할말 다하는 타입이죠. 순발력도 대단하고, 굉장히 똑똑한 것 같아요”

권칠인 감독은 그에게 “외모만 여신, 내면은 평민”이라며 그의 성격을 극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자신이 남들과는 달리 조금 평범한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며 겸손하게 고개를 젓는다.

“감독님은 제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배우를 했다는 사실에 신기해 하셨어요. 일찍 데뷔한 게 아니라서 그런지 다른 배우들보다 일반적인 경험을 더 많이 했기 때문에 내면이 ‘평민’이라고 하신 것 같아요. 뭐 늦게 데뷔해서 후회되는 일은 딱히 없어요. 스무살 때 20대 초 중반 역할을 못 해본 것만 살짝 아쉬워요.(웃음)”

이민정은 학창시절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남들 앞에 나서는 성격도 아니고, 자신과 어울리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단다. 그런 그에게 연기의 눈을 뜨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연극’이었다.

“사실 연출 전공을 하고 싶어서 대학교 때 연극부에 들었어요. 23살 때 프로 무대에 처음 섰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죠. 그 뒤 2006년에는 김석훈 선배님과 함께 연극 무대에 섰죠. 연극이 끝나고 났을 때 복받쳐 오르는 감정에 차 안에서 30분 동안 울어 버렸어요”

이렇게 ‘연기의 맛’을 알게 된 이민정은 운명처럼 자신을 찾아온 ‘연기’와 함께 길을 걸었고, 현재도 진행중에 있다.

조금 늦게 알아버린 ‘연기의 맛’ 때문에 ‘늦깍이 배우’라는 호칭이 붙는 것에 대해 “나이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니,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하겠다”며 당찬 각오를 내비친 이민정. 인터뷰를 마치고 “스릴러 장르에도 관심이 많다”며 환히 웃음 짓는 그가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 지 기대가 모아진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issuedaily.com 사진 송재원 기자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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