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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ㆍ스페인에 獨語 열풍…獨 탄탄한 내수시장이 남유럽 노동력 빨아들여
뉴스종합| 2012-01-12 10:01
재정위기로 신음하고 있는 그리스와 스페인 국민 사이에 독일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유럽에서 호황을 구가하는 몇 안되는 국가인 독일이 내수시장 활황과 함께 일자리가 많이 생기자 취업을 위해 독일어를 배우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채무위기 한 가운데서도 독일어 강사들이 대목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독일 전역에 있는 괴테인스티튜트(독일문화원)에선 그리스와 스페인 학생의 숫자가 크게 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이 문화원의 강사 귄터 슈빈저는“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독일이 잘 헤쳐 나온 이후 국가 이미지가 크게 개선된 것 같다”며 “바르셀로나에 있는 문화원에선 독일 기업에 취업하려는 사람들의 원서 작성을 도와주고 있고 독일어 강좌를 듣는 인원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남유럽을 중심으로 ‘독일어 열풍’이 부는 이유에 대해 FT는 상대적으로 탄탄한 독일 경제가 다른 유럽 국민의 노동력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연방통계청의 전날 발표에 따르면 이 나라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3%로 독일통일(1990년) 이후 최대치이자, 미국과 유로존의 배에 달한다. 비록 지난해 4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0.25%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고, 기술적 침체기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독일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은 좋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남유럽인들의 ‘독일 바라기’는 무엇보다 독일 내수 시장이 강하기 때문이다. 독일 소비지출은 지난해 대비 1.5% 증가했다. 지난 5년 동안 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것이다. 안드레 리 유니크레디트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이 올해 수출에서 다소 고전하더라도 내수시장이 안전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시장의 활황은 곧바로 일자리 증가로 이어진다. 독일의 실업률은 통독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엔지니어링·의료분야 등 전문 인력 수요가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점과 식당도 일손이 달린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독일로 이민한 남유럽 인구 숫자가 크게 늘었다. 유로존 위기가 심화하기 전인 상반기에 그리스인 이민자 비율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4% 늘어난 9000여명, 스페인은 7200명에 달한다. 전체 이민자 수는 43만5000명이다.

클라우스 디에터 괴테인스티튜트 대표는 “고실업률에 허덕이는 남유럽의 젊은이들이 독일에서 취업 기회를 찾고 있다”며 “독일인은 믿을 만하고 절제된 삶을 살기 때문에 독일에 둥지를 트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올해 독일 경제가 침체를 겪더라도 완만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어 ‘독류(獨流)’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뱅크는 올해 독일 경제성장은 0.6%로 둔화하겠지만, 2013년엔 1.8%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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