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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산다는 것…샛별조차 시샘하는 그들의 열정
뉴스종합| 2012-01-13 11:06
“취객 욕설 힘들지만

어엿한 직업인 긍지”

김모씨 (대리운전 기사·남·35세)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24시간 자동화금융기기(ATM) 코너 안.

사람들이 북적인다. 누구일까. 안을 들여다보니 스마트폰 한두 대를 들고 열심히 뭔가를 보고 있다.

바로 대리운전 기사들이다.

손마다 들고 있는 휴대폰에는 업체가 제공하는 고객정보가 빠르게 생성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여기서 만난 김모(35) 씨의 휴대폰도 쉴새없이 화면이 바뀐다. 시간은 벌써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지만, 김 씨의 휴대폰은 울리지 않는다.

그는 “대리운전 기사는 연애 상대를 고르듯 매우 신중하게 고객을 선택한다”며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건수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격과 거리는 물론 도착 후 동선까지가 고려대상이다.

“띠링” 휴대폰 알람소리에 김 씨가 반사적으로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린다.

새 손님을 맞게 된 김 씨는 만면에 미소다. 고객의 현재 위치는 서울시립미술관 주차장.

“빨리 뛰어야 돼요.” 김 씨가 거친 숨을 쉬며 뛴다. 고객과 통화 후 10분 내 도착이 그의 철칙이다. 만약 고객이 변심해버리면 그는 업체에 소개비 명목으로 수수료 20%만 떼이게 된다. 영하 7도를 오르내린다. 체감온도는 더 떨어졌다. 그래도 그의 이마는 땀으로 번들거린다.

대리운전 경력 3년차인 김 씨. 그는 그나마 이날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광화문에서 광명시 철산동으로 고객을 데려다주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아직 주위에는 마수걸이를 하지 못한 대기자가 휴대폰만 뚫어져라 보고 있다.

“대리운전 고객 중 열이면 아홉은 술에 취한 사람이에요. 그러다 보니 고객에게 해코지를 당한 경험도 많다”고 말하는 김 씨.

김 씨는 “반말은 기본이고 욕을 하거나 운전 중 폭행을 당해 가까스로 사고를 면한 적도 있다”고 말하며 씁쓸해했다.

그래도 김 씨는 자신이 현재 고생스럽게 하는 일에 대해 만족해하고, 자부심까지 갖고 있다.

그는 “비록 사회는 우리 대리운전기사를 인정해주지 않지만 대리운전 기사도 엄연한 직업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가 두 번의 운행을 더하고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4시.

본격적으로 ‘셔틀’이 움직이는 시간이다. 버스가 시민의 발이라면 대리운전 기사를 다른 장소로 이동시켜주거나 집까지 데려다 주는 셔틀은 대리운전 기사의 발이다.

김 씨에게는 이혼한 부인과 함께 부산에서 사는 7살 난 아들이 하나 있다.

그는 소망이 하나 있다.

“나중에 꼭 아이를 서울로 데려와 좋은 중학교에 보내고 싶다”며 집으로 돌아가는 셔틀에 오르지 않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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