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부드러운 카리스마 한명숙 ‘철의 여인’으로 거듭나다
뉴스종합| 2012-01-16 11:40
지난 2010년 6ㆍ2 지방선거를 앞두고 참여정부를 경험했던 한 고위 관료는 사석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한명숙이라는 인물에 대해 “분명 서울시정에 대해선 오세훈 현 시장이 더 많이 알겠지만 남의 말을 듣거나 조정하는 역할은 총리를 역임한 한명숙을 따라잡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료는 한 전 총리는 남성 총리에게서 볼 수 없었던 부드러운 포용력으로 국정을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한명숙.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대변되던 그가 ‘철의 여인’이 돼 통합 제1야당의 대표로 올라섰다. 철의 여인이란 별명에는 검찰의 공이 크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서막을 올린 검찰은 한명숙을 향해 칼을 겨누었다. 뇌물수수 혐의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그는 검찰에 두 차례나 기소됐다. 정권교체 후 4년 동안 그는 줄곧 검찰과 싸운 셈이다. 하지만 그는 모두 무죄판결을 받으며 강철처럼 단련돼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 결과적으로 정치 보복이 된 검찰수사는 한명숙의 정치 복귀를 부채질하는 힘이었다. 민주통합당 전대레이스에서도 그는 기존 부드러운 이미지보다 민주통합당이 맞서 싸울 상대가 누구인지를 강조하며 자신이 당 대표로 서야 할 당위성을 역설했다. 검찰개혁ㆍ이명박 정부 심판을 말할 때는 다른 어떤 후보보다 목소리를 키웠다.

선거과정에서 한명숙이 강성 면모를 강조한 데는 민주통합당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도 작용했다. 당장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과감한 공천 개혁이 불가피하다. 그는 취임일성으로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완전 국민경선으로 공천권을 돌려드리겠다”고 말하며 대대적인 인적 청산을 예고했다.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진보통합당과의 야권연대는 지상과제이면서도 양날의 칼이다. 한명숙호(號)의 정책은 한층 더 좌클릭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재벌개혁, 검찰개혁 등은 민주당 내 합의된 공약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가장 큰 숙제인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진보일색의 구호만으론 어려워 보인다. 왜 당심과 민심이 한명숙을 택했는지에 대해 본인 스스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민심은 한명숙을 이념편향적 투사보다는 부드러운 갈등조정자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리더십이 오는 4월 총선에서 어떻게 드러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박정민 기자/boh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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