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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 공감의 시대적 리더십 … 여성이 ‘구태정치’ 바꾼다
뉴스종합| 2012-01-16 11:37
위기 앞에선 與도 野도 …

박근혜·한명숙에 러브콜

주요정당 대표 모두 여성


남성 제로섬 게임에 혐오

타협과 공론 리더십 요구

정치 패러다임 대변화

총·대선 역할론 기대감



#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가 지난해 30대 100여명을 대상으로 집중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진 사람들 편만 드는 부자당 아니냐” “입만 열면 거짓말 아니냐”는 원색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응답자의 80%가 “한나라당이 싫다”고 답했다.

충격적인 결과를 접한 연구소는 결국 자료 공개를 미루고 참고용으로만 회람했다. 그러나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는 당시 여론조사가 표심의 반영이란 사실을 뒤늦게 입증했다. 이후 디도스 파문으로 그로기에 몰린 한나라당은 부랴부랴 박근혜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했다.

# 통합 논의가 난항을 겪고,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사분오열했던 지난해 연말, 민주당 일각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민주당이 왜 국민의 사랑을 못 받느냐. 3가지가 없다. 비전이 없고, 실천력이 없으며, 무슨 일을 하면 진정성이 없다” “야당답지 않게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세력들이 많다”는 지적들이었다. 결국 민주통합당 지지세력들은 지난 15일 전당대회에서 ‘원외세력’인 한명숙 전 총리를 새 대표로 선출했다.

여성 정치인들이 여야 주요 정당의 얼굴로 무대 전면에 등장했다.

“한국정치의 최대 정파는 한나라도, 민주도 아닌 무당파(無黨派)”라는 비아냥과 “부패 직업군 1위, 소통이 안되는 집단 1위”의 불명예를 극복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여야 모두 여성을 선택한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이정희ㆍ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그 주인공들로, 정치의 주류가 여성 리더십으로 온전히 넘어간 것은 한국 정치사에 처음있는 일이다.

여야는 당의 간판을 여성으로 교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4ㆍ11 총선 공천에서도 여성 정치신인을 대거 발탁한다는 원칙아래 여성 프리미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여성정치인의 전면 등장은 4ㆍ11 총선을 앞둔 여야 기성정치권의 동반 몰락, 합종연횡의 결과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10ㆍ26 재보선 패배 당시만 해도 홍준표 체제를 유지할 것처럼 보였던 한나라당은 디도스 파문이 불거지자 박 위원장에게 SOS를 긴급 타진했다. 당의 사활을 걸고 구 민주계와 시민세력, 노동세력이 한 데 뭉친 민주통합당도 통합의 리더로 한명숙 전 총리를 선출했다. 대중 진보진영을 하나로 묶은 통합진보당 역시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여성정치인에게 당의 진로를 맡겼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한국 정당의 굉장한 위기 속에 정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존 정치권 대결, 제로섬 게임 등이 상당수 남성적 문화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대결이 아닌 타협 공론의 리더십 필요한데, 이 부분을 기존 정치권에서 실패한 것”이라며 “설득과 공감의 리더십을 시대가 요구하는 가운데, 시대가 원하는 대표들이 여성으로 부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당 대표의 동시 출현은 정치 환경의 일시적 산물이며 아직은 패러다임의 변화로 해석하긴 이르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성정치인이 진정한 의미의 여성정치인이냐 하면 아니다. 박근혜의 경우 여성이 아닌, 박정희의 딸이라고 본다. 한명숙 대표의 경우,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또 다른 강점이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명숙 대표는 특히 최초의 여성총리인 데다 손학규나 문재인 등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와 충돌 가능성이 없다는 것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박 위원장과 한 대표, 이정희ㆍ심상정 공동대표 등이 향후 험난한 정치 행보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여성정치시대의 본격 개막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의 경우 디도스와 돈봉투 파문으로 분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당내 갈등과 비대위의 쇄신안을 놓고 벌어지는 계파 분열을 통합해내야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한 대표와 이정희ㆍ심상정 대표 역시 총선에서의 야권 연대를 놓고 협력과 경쟁의 힘겨운 줄다리기를 이겨내야 여성정치인의 리더십이 재평가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양춘병ㆍ조민선 기자>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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