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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만큼 다했다”…정부 ‘소값 강경선회’ 왜?
뉴스종합| 2012-01-17 11:28
“가능한 대책 다 내놨는데…”
축산인 지나친 요구 판단
불법시위 엄단 ‘선전포고’

물가관리 국정화두 선언
소값 사태 장기화에 부담

靑 ‘포퓰리즘 차단’ 강력의지
농식품부 ‘강경카드’에 힘

떨어진 소값을 두고 축산농가와 정부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불법시위 엄단’이라는 ‘강경책’으로 전환하자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소값 폭락에 대한 ‘대책’을 기대하던 시점에 서규용 장관이 의외의 ‘선전포고’를 내놓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 내외부의 관측이다.

우선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다 내놓은 상황에서 축산인들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저능력우 도태, 송아지 고기시장 육성, 사료 무관세 혜택, 전국 직거래장터 확대 등 중ㆍ단기를 포함해 “사실상 가능한 대책을 모두 내놓았음에도 축산인들이 고통부담은 조금도 없이 무리하고 조급한 요구만 하고 있다”는 것이 고위 관계자의 이야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관리’를 신년 국정화두로 선언한 점도 부담이 됐다. “농식품부를 타깃으로 했다”는 청와대발 멘트가 나올 정도로 ‘농수산물 수급 안정’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소값이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자 농식품부가 ‘사태 장기화’에 부담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마침 14일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이 대통령이 “장차관들이 직을 걸고 포퓰리즘에 대항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도 ‘강경책’에 힘을 실어 줬다.

특히 올해는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와 각 농업단체에서 무리한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많아, 그에 대한 시범케이스적 성격도 강하다. 하지만 농식품부 안팎에선 최근의 상황을 두고 ‘딱하다’는 자조도 나온다.

물가 상승과 개방에 맞설 ‘농업혁신’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구조조정과 개혁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를 추진할 자원이 절실하다. 하지만 현 정권 들어 5년 내내 농식품 분야 예산 증가율은 전체 예산증가율에 크게 못 미쳤다.

이러한 고충을 청와대에 전할 ‘라인’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경제수석 밑에 있는 경제금융비서관, 지식경제비서관 등은 모두 관련 부처 관료 출신인 반면, 남양호 농림수산식품비서관은 물론 전임인 민승규 전 농식품부1차관도 민간기관인 삼성경제연구소 출신이다.

민간 출신이 딱딱한 농정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불어넣는 역할은 잘했지만, 부처의 분위기와 고충, 속내를 대통령에게 전하는 역할에선 관료 출신 비서관들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보니 농업정책이 FTA나 물가 등 주요 정책수립 시 후순위로 밀리고, 방식도 쌍방식이 아닌 ‘하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철을 맞아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어야 할 농협마저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 농정과제의 대부분은 농협 혁신과 관계가 깊은데 이익단체로서 농협의 입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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