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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이명박’...靑 전략은 ‘견안관화? or 시간벌기’
뉴스종합| 2012-01-19 10:22
한나라당의 ‘탈(脫) 청와대’ 깃발에 청와대가 침묵으로 응전하고 있다. 내심 불쾌하지만 직접적으로 화살을 퍼부었다가는 오히려 더 큰 화(禍)를 입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사실상 이렇다하게 내놓을 만한 카드가 없다는 점도 고심거리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청와대가 비상대책위원회와 중진 위원들 사이의 내분을 이용해 시간 벌기에 나서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종인 한나라당 비대위원은 지난 18일 이명박 대통령의 당적 이탈 문제와 관련 "대통령을 억지로 퇴출시킬 수 없고,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위해 대통령 스스로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게 옳은지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며 "최고 통치자가 그 정도 정치적 감각이 없다면 상당히 문제가 복잡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비대위원은 19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서도 "모두들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내가 애기를 한 것이다"며 전날의 발언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전선이 KTX민영화를 시발점으로 한 ‘정책 차별화’를 넘어서 이 대통령의 당적 문제로까지 확전되자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즉시 수습에 나서며 애써 확전을 막는 모습이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발언의 배경과 진위를 파악해보고 있는데 당의 공식입장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황영철 한나라당 대변인도 "김 비대위원이 대통령 탈당 등 당정 차별화에 대해 애기한 것은 당 비대위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다만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를 강조하기 위한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애써 그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대부분의 의원이 내심 김 비대위원의 발언에 동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당장 탈당의 카드를 꺼낼 경우 사실상 현 정부의 실책을 시인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르쇠’로 갈 경우 혹여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청와대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청와대의 침묵을 손자병법 제 9계 ‘견안관화’(隔岸觀火)로 풀이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적이 내분에 휩싸였을 때에는 관망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내분에 휩싸여 좌초(총선 패배)할 경우 ‘핑계 거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가 이와 관련"총선이 현 정권 심판론으로 가면 어렵고, 이 부분이 제일 걱정스럽다"면서도 "비대위가 청와대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고 스스로 피해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다른 한 켠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만큼 비대위와 중진위원들의 내분을 지켜보며 시간을 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마이 웨이’를 고수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적절한 때(탈당?)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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