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매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곽노현(58)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금품제공ㆍ수수의 대가성이 인정됐음에도 벌금형이 선고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중도 사퇴한 박명기(54)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넨 혐의(지방교육자치에관한 법률 위반, 공직선거법 준용)로 구속기소된 곽 교육감에게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벌금형에서 3000만원은 상한선으로 재판부의 엄벌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박명기 교수가 실형 4년, 추징금 2억원을 선고받은 것과 달리 징역형이 선고되지 않은 것은 곽 교육감이 직접 후보직 매수ㆍ매도행위에 관여하지 않아 양형의 지도원리인 책임주의에 반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곽 교육감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박 교수의 금전지급 요구를 일관되게 거절했고, 뒤늦게 금전지급 합의를 파악한 직후에도 박명기의 요구를 거절하고 이후 합의 과정에서도 합의에 관여된 측근들을 배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교수가 선거비용 지출로 인해 극도의 경제적 곤궁 상태에 있고 ‘극단적 선택가능성’에 대한 말을 들은 것이 곽 교육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벌금형 전과 이외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곽 교육감은 이날 바로 석방되긴 했지만 벌금 3000만원은 당선무효형이다. 다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교육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재판부는 “곽씨가 2억원 제공의 불법성과 대가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평가되고 사실상 측근들의 범죄사실을 은폐하는데 기여했으며, 결과적으로 선거비용 보전 명목으로 이뤄지는 후보직 매도행위나 사퇴 대가 요구 등 선거문화 타락을 유발할 위험성이 있어 결코 허용될 수 없는 행위를 했다”며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회계책임자의 금전지급 합의 관여사실이 만약 공소시효 기간 내에 수사되었다면 당선무효형을 피하기는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형이 확정되면 선거비용보전받은 30여억원도 반납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