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빚 독촉에 시달렸다지만 아동유괴범에겐 중형이 마땅해”
뉴스종합| 2012-01-26 08:22
법원 아동유괴 초범에 이례적 중형

“돈을 빌렸으면 이자라도 제 때 갚아야 할 것 아냐!”

돈벌이가 없는 박모(47)씨는 계속되는 대부업체의 빚독촉을 견딜 수 없었다. 이미 금융기관에 2억원의 빚이 있던 박씨는 2011년 9월부터 대부업체의 손을 빌리기 시작했다. 돈벌이가 없는 상황에서 빚은 이자에, 이자를 더해 눈덩이처럼 불었다. 순식간에 3000만원이 됐다. 빚독촉이 시작됐다. 끊임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돈을 갚을수 있을까’ 란 생각밖에 없었다.

2011년 11월 3일에도 빚 독촉은 이어졌다.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쉬고 있던 박씨는 극도로 압박감을 느꼈다. 빚독촉을 더 받다간 미쳐버릴 것 같았다. 계속되는 휴대폰 벨소리를 뒤로 하고 그는 휴대폰 전원을 껐다. 머릿속엔 ‘3000만원만 있으면 되는데…’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건 하교하는 초등학생. 그는 “그래! 저거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박씨는 바로 범행 준비에 들어갔다. 그는 일주일 뒤 암사동 인근의 S아파트 후문에 차를 주차하고 혼자 걸어가던 초등학생 오모(9)군을 납치했다. 그는 “조용히만 하면 살려주겠다. 조용히 해라!”며 오군의 입에 청테이프를 붙이고 차에 밀어넣었다. 그리고는 바로 오 군의 휴대폰으로 오군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3000만원을 주면 아이를 돌려주겠다”며 “내일 오전 6시까지 5만원권으로 3000만원을 준비하라. 신고하면 애를 묻어버리겠다”고 오군의 어머니를 협박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자신의 승용차 번호판도 미리 훔쳤던 번호판으로 바꿔달았다. 하지만 박씨의 계획은 오래가지 않았다. 도난 신고된 차량번호판이 조회되면서 그는 결국 경찰에 잡혔고 하루 아침에 3000만원을 마련할수 있을거란 계획은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정신을 차린 박씨는 크게 반성했다. 그는 “빚 독촉에 시달리다 보니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보다. 모든 혐의를 인정하한다. 잘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많은 사람들이 박씨가 전과가 없고 크게 반성하고 있다는 점 , 오군에게 별다른 신체적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형이 무겁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결정은 단호했다.

서울동부지법(제 11형사부 재판장 설범식)은 박씨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비슷한 혐의의 피고인보다 2년 정도 형이 가중 된 것.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바꿔다는 등 죄질이 불량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9세로 어리고 아동 유죄에 대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만큼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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