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그럴 수도 있지”죄의식 실종…전국민(?)이 잠재적 범죄자
뉴스종합| 2012-01-27 10:34
국민 35% “보험사기 용인”
25%는 “허위진술도 가능”

美 경고문 게재·중범죄 규정
사기행위자 의지 사전차단

강력처벌만이 연성사기 방지
법·제도적 대응력 강화해야


“보험사기에 대한 보험업계의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보험사기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일선 현장 근무자들에 대한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개인적으로 힘들다보니 보험사기에 대한 근절 의지가 업계에 있는지 의문이 가기도 합니다만, 보험사고를 당한 분들 중 일부가 무조건 돈벌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모 대형 손해보험사의 보험사기 특별조사팀(Special Investigation Unit SIU)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모 과장은 매일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보험범죄 의심사고건을 두고 씨름하는 게 하루의 일과다.

박 과장이 한 달 동안 처리하는 사고처리건수는 무려 60여건. 하루에 한건 이상을 처리한다는 의미다. 또한 한 달 동안 처리하는 60여건 중 약 20~30%가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경우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도한 업무 부담에 제대로 보험사기 여부를 따질 수 없다고 토로한다.

박 과장은 “하루 평균 한 건을 처리하는 것도 부담되지만 보험금 지급 여부를 둘러싼 고객과 분쟁이 더 힘들다”며 “현장 근무자들은 인력을 보강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으나,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보험사기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불감증이다. 보험사기를 범죄로 보지 않고, 어느 정도 용인해 줄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는 것. 이 같은 점이 우리나라를 병들게 하고 있는 근본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이유다.

▶“그럴 수 있어”…잘못된 인식이 골병 키운다

보험업계가 체감하고 있는 보험사기에 대한 심각성에 비해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심각성은 그야말로 불감증에 가깝다는 게 보험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연구기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국내 보험소비자들의 보험사기에 대한 용인도(너그럽게 인정하고 용서함)가 미국 소비자들의 용인도보다 매우 높게 조사됐다.

이는 보험연구원이 보험사기에 대한 대중의 인식 및 태도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09년 10월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하는 25세 이상 65세 미만의 성인 남녀 803명을 상대로 직접 방문해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조사 결과에 대해 보험연구원은 매우 큰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소비자의 24.3~35.8%, 즉 10명 중 4명 이상이 보험사기 행위를 용인할 수 있다고 의견을 보였기 때문.▶표 1참조

반면 미국소비자들은 불과 2.2~4.9%가 보험사기 행위를 용인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우리 소비자들과 견해 차이가 매우 컸다.▶표2 참조

더욱이 국내 소비자들은 보험금 청구경험이 있는 개인일수록 보험사기를 용인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난 반면 미국 소비자들은 보험금 청구경험이 있는 개인일수록 보험사기 용인도가 낮았다.

구체적으로는 전체 응답자 중 25.2%는 보험증권상 보장하지 않는 손실에 대해 보험금을 받기 위해 사고 경위와 결과 등 보험사고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허위 진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고, 전체 응답자 중 24.3%는 보험금을 받기 위해 작업장에 고의로 화재를 내는 행위를 용인할 있다는 의견을 보이는 등 보험사기가 범죄란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와 미국소비자 간 보험사기에 대한 용인도가 크게 차이나는 것은 양국 간 보험사기에 대한 법, 제도적 대응방식과 보험금 지급체제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이외에도 사회, 문화적 특징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또한 “보험사기를 법적으로 정의해 일반인들도 특정행위가 보험사기에 해당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잠재적 행위자의 보험사기에 대한 안일한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미흡한 처벌규정도 인식 전환 걸림돌

보험사기에 대한 강력한 처벌규정이 없는 것도 보험사기에 대한 국민적 인식전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현행 미국의 경우 주별로 보험사기 방지법을 제정해 보험사기에 대해 중죄를 부과하는 한편 보험 관련 서류에 보험사기 경고문구 게재를 의무화하는 등 법과 제도적인 측면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보험청약서와 보험금 청구서류에 보험사기가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보험사기자는 벌금 및 징역에 처한다는 취지의 경고문구를 게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게다가 보험사기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과 보험사기의 발각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보험사기로 인한 기대 이익을 상쇄시킴으로써 잠재적인 보험사기 행위자의 의지를 꺾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형법 내에 보험범죄만 특정해 서술하는 항목도 없을 뿐더러 보험범죄의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여러 범죄의 유형에 의해 처벌하는 등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제도적으로 미흡한 상태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부위원은 “국내 소비자의 보험사기에 대한 용인도가 미국보다 훨씬 높다는 점은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법적ㆍ제도적 측면의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법적으로 강력하게 처벌함으로써 그동안 죄의식 없이 행해지던 일부 연성보험사기에 대해 경각심을 제고할 수 있고, 이에 보험사기 예방효과를 거둘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양규 기자 kyk7475>
/ kyk7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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