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 지원 확보를 위해 그리스의 예산결정권 양도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 보도한 바 에 따르면 독일은 ‘유로존 예산위원(Budget Commissioner)’을 임명하고, 그리스가 조세 및 재정지출 결정권한 등의 재정 주권을 이 위원에게 양도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FT가 지난 27일 유로존 재무장관들에게 유포된 독일 정부의 제안서를 자체 입수해 보도했다.

제안서에 따르면, 그리스를 제외한 여타 유로존 국가 재무장관들이 임명하는 이예산위원은 그리스 정부의 주요 지출을 감독하고 예산 집행 결정이 국제 채권단의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권리를 갖는다.

아울러 그리스 정부는 영구적으로 국가 수입을 채무 상환에 맨 먼저, 가장 중요하게 사용하게 하는 법안도 받아들여야 한다. 즉, 그리스 정부는 채무를 먼저 상환한 뒤에야 정부의 정상적인 기능 유지를 위한 지출이 허용된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유로존 국가들과 금융시장, 다른 채권자들이 그리스 디폴트 사태에 대한 우려를 덜게 될 것이라고 FT는 예상했다.

제안서는 “그리스의 예산은 엄격한 통제 시스템 아래 놓이게 될 것”이라며 “그리스는 지금까지 보여준 실망스러운 이행 수준을 고려해 예산 결정권을 당분간 유럽차원으로 넘기는 방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추가 구제금융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리스는 디폴트를 이용해 채권자들을 위협할 수 없을 것이며, 대신 주요 지출을 더욱 삭감하는 데 동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FT는 이러한 독일 정부의 계획이 그리스와 다른 EU 채권국 간의 깊은 불신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스는 지난해 11월 경제전문가인 루카스 파파데모스 전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를 신임 총리에 앉히며 정국 돌파를 시도했지만, 그리스를 향한 EU 내부의 태도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그리스 재무부의 고위 관리는 정부가 이러한 제안서를 알지 못하며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독일 재무부 대변인도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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