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일반
“시장전문가 자신감으로 제2인생”
뉴스종합| 2012-01-31 11:35
공시활성화·히든챔피언 선정 등 보람

투자 관련 법률업무 새 ‘마라톤’ 도전

‘1986년 12월이었다. 당시 인지도는 높지 않았지만 증시가 막 상승세를 타면서 관심이 가던 때라 증권거래소(KSEㆍ이후 한국거래소로 통합)를 비롯해 투신사와 증권사 등 5곳에 입사원서를 냈다. 공교롭게도 입사시험이 모두 같은 날이었다. 버스를 탈 때만 해도 어디를 갈지 마음의 결정을 못하던 차에 마침 버스를 내리고 보니 거래소 정문이었다.’

황성윤〈사진〉 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보(상무)는 그렇게 여의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제 입사 꼭 26년 만에 거래소를 떠나 법무법인 화우로 자리를 옮긴다.

거래소가 통합되기 전 KSE에는 3대 핵심요직이 있었다고 한다. 주식시장부 매매제도팀과 조사부 조사1과, 기획팀이다. 이 자리에 모두 앉아봤던 이는 황 전 상무가 유일하다. 그는 증시 관련 정책이나 제도뿐 아니라 시장 파트도 모두 거쳤다. 이 때문에 거래소 내부에서도 황 본부장은 ‘최고의 시장전문가’로 통한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992년 증시 개방이다. 외국인이 처음으로 국내 자본시장에 들어오는 것이다보니 그야말로 전쟁이라 생각하고 수많은 도상연습 끝에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냈다.

그는 “시장이 개방되면 외국인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를 상황별ㆍ단계별로 가정해 대응책을 정리해 나갔다. 그 덕분에 외환위기로 증시가 전면 개방되기 전까지는 한 번의 수정도 필요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쉬운 점도 많지만 공시 활성화, 상장폐지 실질심사제, 히든챔피언 선정 등 후회가 없을 만큼 일도 많이 했다. 퇴임이 결정된 지 단 하루 만에 법무법인에서 계약서를 쓰자고 연락이 온 것도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았음이다. 경제나 투자 관련 법률 업무가 늘어나면서 법무법인에서도 법조인뿐 아니라 시장전문가가 절실해졌다.

황 전 상무는 여의도를 대표하는 마라토너로도 유명하다. 1999년 처음 마라톤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풀코스는 무려 34회 완주했으며, 하프코스는 70번 이상 뛰었다. 최고기록은 풀코스 3시간 23분이다. 아마추어 마라토너에게 3시간대 초반 기록은 ‘꿈의 기록’이다.

마라톤으로 얻은 것도 많다. 그는 “성격이 다소 강한 편이었는데 뛰면서 많이 부드러워졌다. 뛰면서 반성의 시간을 갖는 동시에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떠올릴 수 있었다. 운동이라기보다는 이제는 인생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전국 마라톤 대회를 한 번씩 다 뛰어보는 게 목표다. 법무법인 화우에는 오는 3월 2일부터 첫 출근을 시작한다. 거래소에서 몸을 담았던 동안은 휴가를 가도 길어야 1년에 사나흘이었다. 그래서 2월 한 달간은 26년 만에 맞이하는 제대로 된 휴가다. 여의도 간판 마라토너답게 화우에서도 우선 마라톤 동호회부터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안상미 기자/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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