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정부-업계 車 연비논란 확산…소비자는 헷갈려
뉴스종합| 2012-02-02 11:07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태수(34ㆍ가명)씨는 5년된 애마를 바꾸기 위해 최근 출시된 자동차들을 검색하다 혼란에 빠졌다. 고유가 상황을 고려해 이 씨는 연비를 차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세웠다. 사정권 안에 비슷한 가격에 연비효율까지 같은 차량 두 대가 들어왔다. A차량은 올해 출시된 신차인 반면, B차량은 예전부터 맘에 두고있던 디자인에 할인 혜택도 있었다. 이 씨는 올해부터 출시되는 차량은 훨씬 깐깐한 기준으로 연비가 인증된다는 소식을 들은 터, A차량이 실제로는 훨씬 더 높은 연비효율성을 지녔을 것으로 판단하고 구입했다. 하지만 이 씨는 뒤늦게 두 차량은 같은 규정을 따른 같은 연비효율의 차량이었음을 알고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정부와 자동차 업계가 신 연비규정의 부작용을 놓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졌다. 그 사이 소비자들은 부정확한 정보를 믿고 차량 구입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정부는 신 연비 규정 도입시기를 올해 1월부터로 정했다. 하지만 이는 자동차가 출시되는 날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다. 업체가 정부에 연비인증을 받기 위해 신고하는 날을 기준으로 한다.

정부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인증을 받은 이후 대량생산 설비 등을 갖추기 위해 약 2~3개월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차량을 출시하는 사정을 고려해 지난해 연비인증을 받은 차량들에게 올해 3월까지 출시 유예기간을 준 바 있다.

하지만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수입차 업체들은 사정이 다르다. 연비 인증을 받고나면 수일 내로 바로 출시 판매가 가능한 구조다. 3월 중순 연비인증을 받아 3월 말 판매에 돌입하려던 차량을 미리 지난해 12월에 인증만 받아놓는 꼼수가 나왔다.

정부가 국내에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의 사정을 고려해 만든 유예기간 규정 때문에 오히려 수입차 업체들만 웃게된 셈이다.

정부는 신 제도 도입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혼란을 수입차 업체들이 악용한 사례라고 분석하는 반면, 수입차 업체들은 기업으로서 법 규정을 지키면서 자사에 가장 유리한 전략을 펼쳤을 뿐 시장의 혼란은 정부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결국 시장에는 같은 시기에 출시됐음에도 구 연비규정에 따라 마케팅을 펼치는 차량과 신 연비규정을 따라 출시된 차량이 혼재되면서 소비자들만 낭패를 보기 쉽운 상황이 됐다. 올 한해 동안은 차량 구입을 계획하는 소비자들이 연비에 있어서 만큼은 꼼꼼히 확인을 해야하는 이유다.

이미 지난해 9월 30일에는 정부, 국내ㆍ외 자동차 업체 관계자, 소비자단체 등이 모여 공청회를 열고 신 연비규정 도입 시기를 두고 격론을 벌인 바 있었지만 이런 혼란을 미리 막지는 못했다.

한 자동차 업체 마케팅 담당 임원은 “올해 차 판매 시장은 연비 꼼수 광고가 판을 치게 될것”이라며 “소비자들은 TV광고는 물론 판매사원도 모두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현혹되지 않기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정식 기자@happysik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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