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북극 한파에 ‘쇼핑1번지’ 명동도 얼었다
뉴스종합| 2012-02-03 10:55
외출꺼려 거리·상가 한산

中·日 관광객 발길도 뚝


홈쇼핑·온라인몰 반사이익

매진행렬에 예비상품도 동나

부산 바다도 얼려버렸다는 55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에 ‘대한민국 쇼핑 1번지’ 명동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대형버스를 앞세우고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명동거리는 2일 그 날씨만큼이나 냉랭했다. 관광객은 물론이고, 방학을 맞은 대학생 등 젊은 쇼핑객까지 뚝 끊겼기 때문이다. 찬바람이 몰아치는 거리에서 목소리 높이며 고객을 이끌던 상점 직원은 텅 빈 거리에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기자가 찾은 명동거리는 모자와 목도리로 중무장한 채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이들만 눈에 띄었을 뿐, 예전처럼 쇼핑백을 양 손 가득 든 관광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뷰티 한류’를 이끌며 중국인ㆍ일본인 관광객의 지갑을 여는 데 ‘1등 공신’이었던 명동의 중저가 화장품 로드숍 매장은 텅 비어 있거나 간혹 2~3명의 쇼핑객이 물건을 둘러보는 데 그쳤다.

평소에는 관광객 10여명이 BB크림이나 달팽이크림 등을 몇 박스씩 정신없이 챙겨가던 가게다. 목도리를 꽁꽁 싸맨 채 화장품 매장 앞에서 행인을 상대로 판촉을 벌이던 한 직원은 “그제부터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겼다”며 “이 상태가 주말까지 가면 이달 매출 전체에 큰 영향을 줄 판”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평소 외국 관광객과 쇼핑객으로 북적거리던 명동 일대 쇼핑거리가 55년 만에 찾아온 한파로 인해 일부 쇼핑객만 눈에 보일 뿐 한겨울 날씨처럼 썰렁한 모습이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어쩌다 거리에서 마주친 관광객은 목도리로 얼굴을 감싸며 발걸음만 재촉할 뿐 주변 상점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중국인 관광객을 안내한다는 한 가이드는 “한국까지 와서 명동을 안 보고 갈 수 없어서 손님을 안내하긴 했지만 다들 춥다며 면세점으로 들어가버렸다”고 전했다.

실제로 명동거리에서 마주치는 관광객은 가끔씩 면세점 쇼핑백만 하나 들고 있을 뿐 대부분 빈 손이었다. 동장군에 울상짓는 것은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명동거리에서 길 하나 건너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은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객의 피부를 살피면서 화장품에 대한 설명에 한창이어야 할 직원은 간간히 옷 매무새를 다시 살피면서 텅 빈 매장을 둘러볼 뿐이었다. 그나마 면세점에는 관광객 소리가 다소 들렸지만, 유아복 매장은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를 둔 엄마는 추위에 자녀가 감기라도 걸릴까 두려워 외출을 피하기 때문이다.

추위에 취약한 중년 여성을 겨냥한 의류 브랜드도 손님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 의류매장 직원은 “이번주 초에는 날씨가 추워진다고 해서 방한 의류가 잘 나가겠다고 기대했는데, 한파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추워지니까 아예 손님이 끊겼다”며 “그 많던 관광객도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55년 만의 한파가 반가운 곳도 있다. 홈쇼핑이나 온라인몰 업체는 ‘강추위 반사효과’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날이 추워 주부가 장을 보러 외출하는 대신 집에 머물다보니 자연히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GS샵은 지난 1일 방송으로 판매한 식품이 다 일찌감치 매진돼 방송시간을 채우기 위해 예비상품까지 동원해야 했다. 오전 11시20분 방송했던 ‘해남 농협 고구마’는 1시간 방송분량을 예상했으나 45분 만에 6000세트가 매진돼 남은 15분 동안 급하게 ‘산지애 사과’ 방송을 내보내야 했다.

GS샵 관계자는 “오전은 식품이 잘 팔리는 시간이 아닌데, 이 같은 매진 사례가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오후 4시15분부터 1시간 5분 정도 방송했던 ‘엄앵란의 속이 꽉 찬 꽃게장’도 예상보다 일찍 4000세트가 매진됐다.

온라인몰도 집에서 장을 보려는 주부 덕분에 생필품 판매가 급증했다. 옥션에서는 이번주 들어 생수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0%나 증가했다. 기저귀와 분유는 89%, 쌀은 81%나 증가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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