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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자살에 담임교사 입건, 사건 진위는?
뉴스종합| 2012-02-07 09:58
교내 동급생들간의 불화로 여중생이 자살하면서 담당 교사가 직무유기로 경찰에 입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학교와 피해자, 가해자가 서로 얼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양천구 모 중학교 여학생 A(당시 14세)양이 투신자살하는 상황에 이르도록 교사로서 적절한 조를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로 중학교 교사 B(4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A양의 동급생 C(15)군 등 8명도 15차례에 걸쳐 A양을 폭행하고 모욕하는 등 집단적으로 괴롭힌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4월 학교 교장실에서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던 여중생 C(당시 14세)양의 부모로부터 딸이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등 같은 해 11월초까지 5차례에 걸쳐 C양과 부모가 자신을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 학교 폭력을 해결해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C군 등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다 지난해 11월 수면제 20알을 삼키고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A양이 낙서형태로 남긴 글에는 동급생들의 이름이 적혀 있고 “내편은 아무도 없다. 내가 죽으면 이 복잡한 것들이 다 해결되겠지”라는 내용이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이 목숨을 끊자 유가족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국가권익위원회, 경찰청, 교육청 등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가 담임을 맡고 있던 A양의 부모로부터 지난해 4월 “딸이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니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자살하기 직전까지 5차례에 걸쳐 A양과 부모가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 학교폭력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B씨는 자신의 선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가 학교폭력 근절이라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무리하게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학교 측은 “전혀 왕따나 집단 폭력은 없었다”며 “학생들간 욕하고 장난치고 한 것들은 사실이지만 처벌할만한 사항이 아니었고, 이런 일들을 다 처벌하면 대한민국에 있는 학생들 대부분이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찰 수사에 불만을 드러냈다.

또 경찰은 반아이들을 찾아다니며 탐문조사를 진행했고, 공놀이 중에 A양을 대상으로 한 괴롭힘을 조사한다며 현장검증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피의 학생들의 신분이 노출돼 인권침해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의 학생들 중 여학생 한명은 경찰조사가 진행되면서 자신이 살인자로 몰리는 것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을 시도했고, 현재 정신과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7일 C군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C군 등의 나이가 어리고 폭력성이 과도하지 않았으며 폭행의 증거도 뚜렷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대해 “최근 한 경찰서는 친구를 폭행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중학생 3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한 적이 있다”며 “무리한 영장 신청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6일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3월 신학기부터 학교장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해 즉시 출석정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출석정지 기간 제한(현행 연 30일)이 폐지됨에 따라 유급도 가능하다. 학급 담임교사가 2명(정담임ㆍ부담임)인 복수담임제가 도입되는 등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학교의 권한과 책임이 강화된다. 또 학교 내 일진의 존재를 파악하는 ‘일진지표’가 만들어져 2회 이상 일진 신고가 들어오면 ‘일진경보’가 작동돼 학교폭력 조사담당자와 상담센터 전문가들이 즉각 투입된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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