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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막는 정부의 귀농정책
뉴스종합| 2012-02-08 11:39
도시화됐어도 읍면거주땐

취득세감면 등 혜택 못받아


전국 1416곳 읍면 거주자

농촌 가고 싶어도 못갈판


농림부-행안부 책임전가

행정편의주의에 분통

경기도 화성시 봉담지구에서 은퇴 후 강원도로 귀농한 김모 씨. 그는 행정기관에 귀농 지원 혜택을 문의했다가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울화통을 터뜨렸다.

사정은 이렇다. 정부는 도시인들의 귀농을 장려하기 위해 도시 거주자가 농촌 지역으로 귀농할 경우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문제는 김 씨가 살았던 봉담지구의 행정구역 구분에서 비롯됐다. 봉담지구의 행정구역은 화성시 봉담읍. 봉담지구는 수도권에서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신도시이지만 행정구역상으론 여전히 농촌지역인 ‘읍ㆍ면’이기 때문에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베이비부머의 은퇴 급증과 수도권 인구의 순유출 등으로 귀농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도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농어촌 및 귀농인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규정으로 수도권 읍ㆍ면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많은 도시 직장인이 김 씨처럼 행정구역상 읍면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귀농해도 취득세 감면 등 귀농 지원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과연 뭐가 잘못된 것인가?

사태의 발단은 귀농 관할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가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이하 기본법)에 농어촌을 전국의 모든 읍ㆍ면 지역으로 규정한 데로 거슬러 올라간다. 간단히 말해 귀농 지원을 받으려면 ‘농어촌 이외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자’라야 하는데 읍ㆍ면은 농어촌이어서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농식품부 귀농 지원 지침 역시 이를 따르고 있고, 대부분의 기초지방자치단체들도 중앙의 지침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읍ㆍ면이라고 다 농어촌인가. 수도권의 경우 읍ㆍ면 중심지는 오래전에 주거ㆍ상업지로 변했고, 특히 화성 봉담지구와 동탄신도시, 남양주 진접ㆍ별내지구, 파주 운정신도시와 교하지구 등 택지개발지구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거, 도시 지역으로 돼 있다. 그런데도 행정구역상 ‘읍ㆍ면’ 지역이어서 기본법상으로는 농어촌이 돼버리는 것이다.

귀농인 취득세 50% 감면을 담은 행정안전부의 ‘조세특례제한법’ 역시 기본법에 준거하다 보니 수도권 택지지구 등지에서 살다 귀농할 경우 감면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 향후 이 지역에 사는 수만명의 잠재 귀농인들 역시 혜택에서 배제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현행대로라면 수도권 출퇴근자들이 많은 경기도 142개 읍ㆍ면, 부산ㆍ대구ㆍ인천ㆍ울산광역시에 소재한 46개 읍ㆍ면 거주자를 비롯해 전국 1416개 읍ㆍ면 거주자 역시 기본법상 이미 농어촌에 거주하는 ‘농업인’이라서 귀농해도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정부가 멀쩡한 귀농인을 ‘법외의 귀농인’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런데도 어느 공무원 하나 고치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아직 농식품부와 협의한 적이 없고 제도개선 필요성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귀농이 더 활성화되면(그래서 민원이 많아지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귀농한 박모 씨는 “현실과 제도의 괴리로 불이익을 당하는 귀농인이 속출할 것”이라며 “이런 사실을 뻔히 알고도 나 몰라라 하는 공무원은 도대체 어느 나라 공무원이냐”고 분통을 떠뜨렸다.

김대우 기자/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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