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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웃어도 모자란 부부
뉴스종합| 2012-02-08 11:00
대학 졸업후 암전문병원서 근무
진통 완화 모르핀 300배이상 효과
대체의학인 웃음치료에 매력 느껴

부부싸움 후 화나거나 기분 상해도
5분간 아무 생각 없이 ‘하하하’
마음의 여유 되찾는데 도움

‘웃어+버린다’ ‘웃어+넘긴다’
스트레스, 웃음으로 버리고 넘겨야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화내면 한 번 늙는다’(一笑一少 一怒一老), ‘웃음은 어떤 핵무기보다도 강력하다’(인도 작가이자 철학가 오쇼 라즈니쉬), ‘웃음은 마음의 조깅이다’(Laughter is inner jogging. 미국 ‘새터데이리뷰’ 편집장 노먼 커즌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웃음에 대한 예찬은 이어져왔다. 그만큼 웃음이 인간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감미료 같은 존재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웃음 코드를 한국사회에 뿌리내리는 데 일조하겠다며 24시간 웃어도 모자란다는 부부가 있다. 항상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같이 있는 사람까지 웃음 바이러스를 퍼뜨리는데 앞장서고 있는 이 부부는 이요셉(44)-김채송화(43) 한국웃음연구소 소장이다.

“하하하! 한국웃음연구소입니다.”

두 명의 소장과 인터뷰 일정을 잡기 위해 연구소로 전화를 거는 순간 이미 바이러스가 기자의 몸속으로 전이되는 듯했다. 연구실 직원은 그냥 시늉만 내는 것이 아니라 힘차게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웃음’연구소라 뭔가 활기찬 기운이 충만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전화받는 것에서부터 연구소 안에서는 웃음이 생활이 돼 있었다.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웃음연구소에서 만난 이 소장 부부는 환한 얼굴로 기자를 맞았다. 기자도 결혼을 했다. 기자 역시 부부싸움을 피해갈 수는 없다. 과연 웃음전도사인 이들도 부부싸움을 할까. 부부싸움도 웃으면서 할까 등등… 너무도 궁금했다. 

 
“껄껄껄껄, 하하하하, 호호호호, 히히히히, 허허허허, 킥킥킥킥.” 웃으면 몸 속 오장육부(五臟六腑)가 마구 움직인다. 내장이 움직이면 건강해진다. 최고의 웃음건강법이다. 이요셉, 김채송화 한국웃음연구소 공동소장의 웃음 바이러스가 신문 지면에 물씬 뭍어난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이들 부부도 부부싸움은 한다. 그러나 싸울 때도 철칙이 있다. 부인 김채송화 소장은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 집에서도 항상 웃음을 생활화하고 있기 때문에 화난 표정을 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현관을 들어서는 곳에 스마일라인을 표시해 놓고 이 선을 넘을 때 신나게 웃으며 집에 들어서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졌다. 가족들이 둘러앉은 식사시간에도 우선 웃고 시작한다.

남편 이 소장은 자신만의 노하우도 소개했다. 의견 차이로 목소리를 높이게 되면 혼자 조용히 집을 나와 차에 올라탄다. 그리고 5분간 아무 생각 없이 웃는다. 그는 “스트레스 받을 때 유산소운동을 하면 기분이 상쾌해지듯이 웃음도 유산소 운동의 일종이라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여유를 찾게 한다”고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부인 김 소장은 한 가지 노하우를 더 공개했다. “아이들과 함께 칭찬하는 시간을 갖는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에게 ‘아빠는 잘 웃어’라는 한 마디 들었을 때 아들로부터 받는 격려가 그렇게 기쁠 수 없더라”고 말했다.

그런데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 소장이 웃음전도사로 나서게 된 배경이 궁금해졌다. 20대 초반 한창 혈기왕성할 때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직접 침, 뜸, 부황 등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3년여 동안 관상까지 두루 섭렵하고 수의침ㆍ마사지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생각같지 않았다. 지원한 곳마다 문전박대를 당하고 가까스로 친구를 통해 암전문병원에 일자리를 잡은 게 1997년이다. 그는 암환자를 상대로 상담을 했다. 그는 대체의학으로서 웃음을 치료에 접목하는 연구에 빠져들었다. 웃을 때 분비되는 ‘엔케팔린’이라는 호르몬은 진통제로 사용되는 모르핀보다 300배 이상 진통을 완화시킨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를 접한 뒤였다. 그때부터 이 소장은 틈만 나면 웃는 연습을 했다. 거울을 보면서 웃고, 길을 가다가도 “하하하”라며 큰소리로 웃었다. 멀쩡한 사람이 이유 없이 웃으니까 주변으로부터 미친 사람 취급까지 당했다.

부인 김 소장은 남편의 웃음 마력에 빠진 케이스. 남편과 결혼 후 자연스레 웃음전도사가 됐다. 그리고 2002년 남편과 함께 웃음연구소를 열었다.

이요셉 소장 부부는 항상 웃는다. ‘얼굴과 낙하산은 펴져야 한다’는게 이들의 지론이다. 낙하산이 펴져야 땅에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는 것처럼,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웃음이 있어야 삶의 생동감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소장은 “웃고 다니면 누가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라고 물어본다. 이런 말 한 마디가 실제로 좋은 일이 일어날 확률을 높여준다”고 또 웃어 보인다. 그는 ‘웃어 버린다’, ‘웃어 넘긴다’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웃음을 통해 가슴 속의 스트레스를 버린다는 느낌, 그리고 힘든 순간을 웃으면서 넘긴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에 이 소장은 즉석 테스트를 제안했다. 우선 ‘앞으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1점(어둡다)부터 10점(밝다) 중에서 점수를 매겨보라. 그리고 살아오면서 자신감에 충만했던 때를 떠올려 보라. 기자는 초등학교 시절 100m 달리기에서 1등을 하고 싶어 몇 개월간 연습하고 마침내 1등을 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나서 다시 점수를 매겨볼 것을 제안했다. 처음에 정했던 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선뜻 말하게 되는 순간에는 기분이 오묘했다. 이들 부부는 웃음연구소 설립 후 3000여개 기업과 단체, 병원 등에서 강연을 하면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요인으로 웃음을 꼽았다. 유머가 있는 CEO들은 항상 웃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들은 현 상황을 전체 맥락 속에서 바라보며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매사에 임한다는 게 이들이 내린 결론이다.

이 소장 부부는 이제 기업으로 눈을 돌릴 계획이다. 기업경영에 웃음 코드를 심을 생각이다. 이미 감정노동을 하는 콜센터 직원들이나 기업 CS팀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했더니 직원들의 자체 만족도가 몰라보게 올라갔다고 자랑한다.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사고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도 웃음에서 그 비법을 찾고 있다. 이 소장은 “우리 뇌는 15분 동안 웃으면 실제로 웃는 것인지 가짜로 웃는 것인지 구분을 못한다”며 “기업에도 웃음경영을 도입해 자신의 일에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5월에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길거리 웃음전도사로 나설 예정이다. 한국의 웃음을 세계로 전파하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다. 국내에는 웃음마을을 조성해 웃음박물관도 개관할 생각이다.

이 소장 부부는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가 아니라 ‘웃어야 웃을 일이 생긴다’며 웃음도 우리 삶에 활력소가 되는 운동이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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