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에 빠진 유럽 국가들에게 외환위기 당시 보여준 한국민의 희생 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스티븐 킹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일자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기고한 ‘희생 없이는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없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 1998년 아시아 경제 위기 당시 한국의 금모으기 운동을 집중 거론했다.
그는 “영국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이 정치권만 비난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과거 아시아를 본받아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밝혔다.
아시아 경제 위기 때 한국 태국 대만 등의 경제가 무너져 외국 투자자들이 빠져 나가자 이들 국민은 열심히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는 것이다.
킹은 “특히 한국인들은 결혼반지, 금메달, 트로피 등 금모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면서 “위기 속에서 한국인들은 인상적일 만큼 개인을 희생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국인들은 위기 상황에서 비난하기 보다 견해차를 내려놓고 단결을 택했으며 악명높은 노조도 불만을 참았다고 전했다.
킹은 “아시아인들은 특단의 방안이 없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은 반면 영국과 유럽국가들은 개인이나 집단의 희생 없이도 경제가 회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뒤 회복이 실패하면 정치권을 비난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홍콩의 유력 경제잡지인 ‘월간 신보’도 최근 발매한 2월호에서 ‘한국의 경험으로 본 유럽 재정위기 극복 방법’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민들의 자발적인 금 모으기 운동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면서 유럽은 한국의 경험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