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용산 철거민은 사면 못받았는데 공사 비리 개발업자만 사면, 말이 되나?”
뉴스종합| 2012-02-08 10:13
“가게를 지키겠다고 망루 올라간 우리 남편은 3년 째 감옥에 있는데 공사하다 비리 저지른 사람들은 사면되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이번 설을 맞아 생계형 사건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특별사면이 있을 거란 정부 이야기에 들떠있던 용산참사 관련 수감자 가족들은 정작 사면 결과를 보자 분통이 터뜨렸다. 철거민은 한 명도 사면 대상에 들어가지 못한 반면 각종 건설 과정에서 행정제재를 받은 개발업자들만 대거 면죄부를 받았기 때문이다.

용산 참사 당시 구속 대상자들 중 8명은 3년 동안 감옥에 갇혀있고, 2명은 법정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아버지 故이상림 씨를 참사현장에서 잃고 3년째 창살 안에 살고 있는 이충연 용산4구역철거대책위원장(39)을 비롯해 8명의 철거민이 짧게는 4년에서 길게는 5년 4개월의 징역형을 받고 3년째 자유의 몸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8명의 구속자들은 현재 여주, 춘천, 전주, 대구, 순천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수감돼 있다. 원주교도소에 수감되었던 한 구속자는 가족과 좀더 자주 면회할 수 있도록 이감을 위해 옥중 노역을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그의 바람대로 여주교도소로 이감되었으나 교통은 더 불편해져 면회는 자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원호 용산참사대책위원회 사무국장(37)은 “구속자 가족들이 처음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면회를 갔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연명하는 상황에서 지금은 두어 달에 한번 면회 가기도 힘든 형편”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철거민 23가구는 2009년 정부와의 합의 당시 생계 유지를 위해 재개발 중 두 군데 공사장의 구내식당 운영권을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예정이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대부분 식당 설거지 등 허드렛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참사 당시 목숨을 건지기 위해 망루에서 뛰어 내린 2명의 구속 대상자는 허리와 다리, 발목 등을 다쳐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상태로 항소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상처 부위에 고름이 차서 6~7번의 재수술을 받았지만 완치는 요원하다. 지금은 건강 상태를 이유로 구속을 면했지만 항소심 결과가 각각 4년 징역을 내린 1심 판결 그대로 확정될 경우 아픈 몸을 이끌고 감옥에 가야 하는 실정이다.

이 사무국장은 “구속 대상자들은 다른 구속자들이 형을 거의 마치고 나올 때에야 감옥에 가는 게 아닌지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며 “당사자와 가족 모두 다른 사람을 만나길 극도로 꺼려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대책위는 현재 수감자들의 사면 여부가 이 두 명의 판결 결과에도 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수감자들 사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참사가 벌어졌던 용산 4구역은 시공사와 조합 간 시공비 다툼으로 공사가 중단돼 있다. 이 사무국장은 “3년 동안 공사도 진행하지 못 하면서 왜 철거민들을 사지로 몰아넣어가며 무리한 철거를 강행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것이 그동안 각지에서 철거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진행된 재개발 사업의 실상”이라고 비판했다.

글ㆍ사진=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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