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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말리는’ 정부의 귀농 지원정책 엇박자..‘법외의 귀농인’ 양산할라
뉴스종합| 2012-02-08 11:01
경기 화성시 봉담지구에서 은퇴 후 강원도로 귀농한 김모씨. 그는 행정기관에 귀농 지원 혜택을 문의했다가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울화통을 터뜨렸다.

사정은 이렇다. 정부는 도시인들의 귀농을 장려하기 위해 도시 거주자가 농촌지역으로 귀농할 경우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문제는 김 씨가 살았던 봉담지구의 행정구역 구분에서 비롯됐다. 봉담지구의 행정구역은 화성시 봉담읍. 봉담지구는 수도권에서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신도시이지만 행정 구역상은 여전히 농촌지역인 ‘읍ㆍ면’이기 때문에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수도권 등 전국의 읍면지역에 살다가 귀농할 경우 귀농인이 분명하지만 정작 “귀농, 귀농”을 외치며 홍보해대는 정부의 귀농지원 정책상으로는 귀농인이 아니다. 정부가 농어촌의 범주를 모든 읍면지역으로 규정하고, 거기에 근거해 귀농인을 판정ㆍ지원하기 때문에 전국의 읍면 거주자는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귀농인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렇게 현실과 겉도는 제도로 일부 귀농인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뻔히 알고도 팔짱만 끼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무려 758만2000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수도권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순유출을 기록하는 등 귀농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정부도 각종 귀농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농어촌 및 귀농인에 대한 규정으로 수도권 읍ㆍ면지역에서 출퇴근하는 많은 도시 직장인들이 김 씨처럼 행정구역상 읍면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귀농해도 취득세 감면 등 귀농지원 혜택을 제대로 받지못하고 있다.

과연 뭐가 잘못된 것인가?

사태의 발단은 귀농 관할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가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기본법’(기본법)에 농어촌을 전국의 모든 읍면지역으로 규정한 데로 거슬러 올라간다. 간단히 말해 귀농지원을 받으려면 ‘농어촌 이외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자’라야 하는데 읍ㆍ면은 농어촌이어서 지원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농식품부 귀농지원 지침 역시 이를 따르고 있고 대부분의 기초 지방자치단체들도 중앙의 지침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이때문에 귀농인들이 혜택에서 배제되는 귀농지원 정책의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읍ㆍ면이라고 다 농어촌인가. 모든 읍면이 농어촌이라는 것은 시대변화와 맞지 않다. 수도권의 경우 읍면 중심지는 오래전에 주거ㆍ상업지로 변했고, 특히 화성 봉담지구와 동탄신도시, 남양주 진접ㆍ별내지구, 파주 운정신도시와 교하지구 등 택지개발지구는 국토계획의 최상위 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계법)에서 분류하는 4개 용도지역 중 도시지역으로 돼 있다. 그런데도 행정구역상은 ‘읍ㆍ면’ 지역이어서 기본법상으로는 농어촌이 돼버리는 것이다.

귀농인 취득세 50% 감면을 담은 행정안전부의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역시 기본법에 준거하다보니 수도권택지지구 등지에서 살다 귀농할 경우 감면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 향후 이 지역에 사는 수만명의 잠재 귀농인들 역시 혜택에서 배제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현행대로라면 수도권 출퇴근자들이 많은 경기도 142개 읍면, 부산ㆍ대구ㆍ인천ㆍ울산광역시에 소재한 46개 읍면 거주자를 비롯해 전국 1416개 읍면 거주자 역시 과거 직업이 무엇이든지 상관없이 기본법상 이미 농어촌에 거주하는 ‘농업인’이라는 모순에 빠지고, 귀농해도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정부가 멀쩡한 귀농인을 ‘법외의 귀농인’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농어업 기본법은 국계법상 현실과 동떨어지게 농어촌을 규정하고, 더 나아가 읍면의 주거, 상업, 공업지역은 농어촌이고, ‘동’지역의 주거, 상업, 공업지역은 농어촌이 아니라고 하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또 현실과 괴리된 귀농인 정의를 따르는 조특법(행정안전부), 자가당착에 빠진 기본법(농식품부)과 국계법(국토해양부) 등 정부부처의 귀농 관련 법의 내용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데도 어느 공무원 하나 고쳐 법적 모순을 해소하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떠넘기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아직 농림부와 협의한 적이 없고 제도개선 필요성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귀농이 더 활성화되면(그래서 민원이 많아지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귀농한 박모씨는 “현실과 제도의 괴리로 불이익을 당하는 귀농인이 속출할 것”이라며 “이런 사실을 뻔히 알고도 나몰라라 하는 공무원은 도대체 어느나라 공무원이냐”고 분통을 떠뜨렸다.

김대우 기자/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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