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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농어촌? 도시속 읍·면 살았다고 귀농 아니라니…”
뉴스종합| 2012-02-08 11:32
귀농인 지원받아 농지매입
세금 감면신청땐 인정안돼

지자체선 서류접수 거부도
과거 거주지 연연하는 법안
하소연 할 관련부처도 없어

지난 22년 동안 서울에서 전문직으로 일한 A(50)씨. 그는 2010년 말 경기도 B군으로 내려가 이듬해 6월 정부의 귀농인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농지를 추가로 매입했다. 서툰 농사일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내다가 뒤늦게 귀농인이 3년 이내 취득한 농지는 취득세를 50% 감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환급받을 수 있는 액수가 150여만원 정도였지만 별다른 수입이 없는 A씨 입장에서 보면 적지 않은 액수였다.

반가운 마음에 당장 B군 담당부서에 문의했고, 환급받는 데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누가 봐도 명백하게 귀농인이고, 정부의 귀농인 지원자금을 받아 농지를 매입하지 않았던가. 그런 상태에서 A씨는 “귀농인이 아니기 때문에 환급 관련 서류를 접수할 수 없다”는 담당공무원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취득세 감면을 담고 있는 ‘조세특례제한법’에 귀농인은 ‘농어촌지역 이외의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자’로 나와 있는데, A씨의 직전 거주지 화성시 봉담지구가 읍ㆍ면에 있어 농어촌지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감면대상이 안된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2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귀농했는데 단지 과거 읍ㆍ면 지역에 거주했다고 해서 귀농인이 아니라니…. 그럼 그간 농업인이었다는 얘기인데 실로 어이가 없었다.

획일적인 지원정책이 귀농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농민들이 겨울 딸기를 수확하는 모습.                                                                                                          [헤럴드경제 DB]


▶중앙정부도, 지자체도 말로만 귀농 지원=답답한 마음에 ‘조특법’ 관할부처인 행안부에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개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문의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농어촌의 개념은 ‘농어업기본법’에서 따온 것이니 농식품부에서 개정하는 게 맞다고 농림부로 떠넘겼다.

심지어 담당 공무원은 “조세심판원을 통해 개별적으로 구제받으라”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읍ㆍ면지역을 농어촌으로 규정한 것은 바꿀 수 없다고 했다.

담당 공무원은 “현실과 제도 간 괴리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함부로 개정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취득세 감면은 행안부 소관인 만큼 그쪽에서 유권해석을 내려줄 수 있다”고 떠넘겼다.

하지만 행안부는 “어차피 농어촌 개념을 농어업기본법에서 따왔고, 따라서 유권해석도 농식품부에서 내려야 한다”며 맞받았다. 양 부처가 서로 관할을 따지며 떠넘기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인상이다.

일선 지자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명백하게 귀농인이고, 더구나 귀농인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음에도 B군 담당 공무원은 법 규정만을 들어 귀농인이 아니라며 아예 환급 신청서류 접수조차 거부했다.

A씨는 “지난해부터 귀농인으로 살아왔는데, 이 순간 귀농인이 아니라고 한다”며 “잘못된 법 규정을 개정해달라고 정부 부처에 건의하기는커녕 도와줘야 할 민원인에게 서류도 가져오지 말고 민원 질의부터 하라고 큰소리치는 것이 공무원이 할 짓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사각지대 귀농인 구제책 마련해줘야=이처럼 ‘귀농인인데도 귀농인이 아닌’ 정부지원 사각지대의 귀농인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국토계획의 최상위 법인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읍ㆍ면지역 내에서 주거ㆍ상업ㆍ공업지역 등 도시지역은 마땅히 농어촌의 범주에서 제외하는 게 맞다. 수도권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당연히 법령을 개정해야 맞지만 현실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고 너무 포괄적인 ‘농어촌 제외’로 인해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 농어업기본법에 단서를 달아 농어촌의 범주에서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등 명백한 주거ㆍ상업ㆍ공업지역을 제외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지침이나 유권해석, 또는 지자체 질의에 대한 적극적인 회신과 홍보 등을 통해 현재 나타나는 부작용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이건 비단 A씨 한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귀농인 취득세 감면에만 한정된 문제도 아니다.

이미 일부 눈치 빠른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전 지자체가 인접한 지역이든, 귀농인이 심지어 농업인이든 상관하지 않는 곳도 있다. 일부는 ‘농어촌 외의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자’라는 현실에 맞지 않는 조항은 농식품부에 적극적으로 질의해 구제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이런 사례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있다.

김대우ㆍ홍승완 기자/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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