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칼럼
박희태 의장의 떠날 때 놓친 망신살
뉴스종합| 2012-02-10 11:40
박희태 국회의장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책임을 지겠다며 10일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입법부 수장이 비리 의혹에 몰려 도망가다시피 자리를 내놓는 모습이 안쓰럽고 참담하다. 당초 사건이 불거졌을 때 사실을 인정하고 깨끗이 물러났더라면 정치적 파장 최소화는 물론 국가 원로로서의 개인적 품위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며 한 달 이상 버티다 자신의 비서관 폭로로 벼랑 끝에 몰리자 마지못해 사퇴한 처신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제 돈봉투 사건은 새 국면으로 들어섰다. 박 의장이 사퇴하고 2008년 전당대회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검찰은 폭넓은 수사를 통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뿌린 돈의 규모가 얼마이고, 그 돈은 어디서 나왔는지, 또 누가 받았는지 등 사건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그게 돈 정치의 구태를 청산하고 실추된 검찰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우선 김 수석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 사실상 사건의 총지휘자였으며 고승덕 의원 측에서 문제의 돈봉투를 돌려주자 “왜 그랬느냐”며 따지듯 전화한 사람도 그였다. 다만 검찰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청와대 수석비서관’ 신분부터 정리해야 한다. 김 수석이 현직에서 버티고 있는 한 검찰 수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정상적인 업무 수행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나마 자신이 보필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길은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다. 본인이 거취를 고민 중이라고 하니 청와대도 더 이상 감싸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머뭇거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건의 실타래는 더 꼬일 뿐이다.

전당대회 당시 박 의장의 돈봉투를 받은 여권 인사는 고 의원만이 아니라고 한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거 소환될 수도 있다. 당명과 로고를 바꾸고 새롭게 출발한 새누리당으로선 4월 총선을 앞두고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회피하지 말고 정면 돌파해야 한다. 특히 친이계 의원들은 그렇다. 이런 판에 공천 싸움이란 웃기는 얘기 아닌가. 정권 말기에 불거지는 온갖 악재로 여당의 지지도가 땅에 떨어지고 있지만 이참에 털 것은 확실히 털어내야 새로운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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