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중학생도 비웃는 학교 성교육…어떻길래?
뉴스종합| 2012-02-13 09:51

"저희 반 남자애들 중에 '야동'(음란 동영상) 못 본 애는 거의 없을 걸요. 그런데 교육 시간에 나오는 건 너무 기본적인 것들뿐이에요. 이미 그런 건 다 알고 있는데. 괜히 빙빙 돌려 말하는 것 같아요." ㅡ D 중학교 3학년 K(16)군

"성교육 시간에 애들 절반은 잠자고 나머지 절반은 유치하다고 비웃어요. 대부분 애니메이션이나 UCC로 만들어진 영상물을 활용하는데 그런 건 '초딩용'이죠" -H 중학교 2학년 B(15)양

일선 학교의 성교육이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으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성경험과 출산 등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개방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학교 성교육은 현실에 크게 동 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가족부가 2010년 조사한 '청소년 유해환경 접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1만6572명 중 14.5%가 '키스, 애무 등의 성 접촉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학교부적응 청소년 등 이른바 위기청소년 1972명만을 따로 분류한 조사에서는 무려 59%가 성 접촉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반면 학교의 성교육은 청소년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영남대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고등학생의 성지식 및 태도와 성교육 요구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대구광역시 지역 고등학생 572명 중 단 9.4%만이 성교육 내용에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 90% 이상은 '불만족'과 '보통'이라고 답했다. 또 대부분의 청소년이 성문제를 '친구'(일반청소년 34.3%, 위기청소년 44.2%)와 의논했다.

현재 학교에서 실시하는 성교육은 각 학교 보건교사들이 관련 사이트에서 다운받은 애니메이션 등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실제 중학교 성교육 시간에 활용되는 시각비디오 '비뇨기과 노선생'은 5분 남짓의 애니메이션으로 다양한 성에 대한 내용을 설명한다. 하지만 비디오는 의사 캐릭터의 일관된 설명으로 진행된다. 콘돔 사용법의 경우 간략한 신체 그림이 등장하면 의사 캐릭터가 '말로' 사용법을 설명해줄 뿐이다.

이로 인해 성교육이 달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신성희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은 "어른들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청소년들은 이미 성적인 면에서 조숙해졌다"며 "담당교사가 실제로 피임도구를 교실에 가져와서 사용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주거나 성희롱 상황에서의 대처방법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체험 중심의 성교육이 중요하다고 오신성희 사무국장은 강조했다. 그는 센터에서 운영 중인 '성문화체험관'을 예로 들었다. '성문화체험관'은 강의식이 아닌 체험 교육이다. 임산부 인형의 배를 만지며 실제 태동과 비슷한 느낌을 손바닥으로 느낄수 있으며 자궁을 형상화한 붉은 터널과 벨벳 천으로 만든 나팔관 입구, 정자 난자 모양의 쿠션 등이 방 등으로 이루어진 자궁방 체험 과정도 있다. 피임을 위한 콘돔과 루프사용법도 실제 모형을 통해 시연된다.

오신성희 사무국장은 "성교육은 현재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져야 한다"며 "2010년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학생들의 학교 성교육 만족도가 30%였을 때 성문화체험관은 80%로 매우 높았다"고 전했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