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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후배 위한 장학금 남기고 떠난 수의학도에 명예졸업장
뉴스종합| 2012-02-15 10:37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떠난 딸을 대신해 수의학 전공 후학들의 꿈을 이루기 위한 장학금을 기부한 부모에게 딸의 이름으로 명예졸업장이 수여되고 헌정 강의실이 만들어진다.

건국대는 오는 22일 2012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수의과대학 수의학과 본과 4학년 재학중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지난해 8월 교통사로고 숨진 고(故) 유혜선(당시 25세)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한다고 15일 밝혔다.

사고로 딸을 잃은 부모는 ‘졸업 후 수의사가 돼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던 딸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지난해 10월 딸의 49재를 앞두고 딸의 모교인 건국대 수의과대학에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1억 원을 내놓았다. 수의학 예과 2년과 본과 4년을 거의 마친 딸이 졸업하면 미국 유학을 보내주기 위해 차곡차곡 모아온 학자금에다 사고 보상금까지 보탰다. 딸이 사용하던 전공서적과 도서도 모두 건국대 수의대에 기증했다.

건국대 수의과대학은 이 장학금을 ‘유혜선 장학기금’으로 이름 짓고 올해 1학기 첫 수혜자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건국대는 ‘학업 성적 뿐만 아니라 가정형편과 앞으로의 포부까지 고려해 선발해 달라’는 뜻에 따라 수의학과 전공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올 3월 ‘공모’를 거쳐 성적뿐만 아니라 경제적 여건, 앞으로의 학업과 사회기여 계획 등을 감안해 장학생을 선정, 장학금의 깊은 뜻이 전달되도록 할 예정이다. 또 수의과대학 강의실 가운데 하나를 선정 ‘고 유혜선 강의실’로 이름 짓고 22일 유씨 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네이밍 강의실’ 명판을 부착할 예정이다.

김휘율 건국대 수의과대학장은 “자랑스러운 딸을 잃은 큰 슬픔과 아픔을 딛고 후배 수의학도들을 위해 큰 뜻을 베풀어 주신데 대해 명예졸업장 수여를 통해 동문으로 영원히 기억하자는 의미”라며 “고 유혜선 학생과 부모님께서 베풀어 주신 따뜻한 정성으로 후배 학생들이 미래를 설계하고 사회의 대들보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과 용기가 될 것으로 확신 한다”고 말했다.

고 유혜선씨의 부모가 건국대 수의과대학에 장학금을 기부한 것은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다닌 딸이 “졸업하면 꼭 수의사가 돼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을 주겠다”던 소원을 이뤄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혜선씨는 졸업을 한 학기 남긴 지난해 8월, 미국 수의사 시험을 치른 뒤 친구들과 공중방역근무의로 일하는 친구들을 만나러 강원도 고성에 다녀오다가 차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했다. 머리를 크게 다쳐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고 유혜선 학생은 건국대 수의대 6년 동안 학과 수석을 독차지할 정도로 우등생이었다. 최종 학기에 치르는 국내 수의사 국가고시에서 수석을 기대했을 정도였다. 2009년에는 1년 동안 미국 버지니아 공대 교환학생으로도 갔다 왔으며 사고 전 치런 미국 수의사시험에도 당당히 합격했다.

그동안 278학점이나 이수하면서 평균 평점이 4.38(4.5만점)점. 이수학점과 커리큘럼, 학사관리가 깐깐하기로 유명한 수의대에서 계절학기까지 포함하면 7년간 17학기를 다녔다.

학업 성적이 좋아 등록금 전액 감면 장학금을 받던 혜선씨는 부모에게 “더 힘들게 공부하는 친구도 많은데 내가 받아 미안하다”며 “수의사가 되면 후배들을 위해 꼭 장학금을 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 유씨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사랑하고, 마음 씀씀이가 예뻤던 딸”이라며 “후배들이 우리 딸이 못 이룬 멋진 수의사 꿈을 이뤄주고 딸의 발자취를 후배들이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용 기자/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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