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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시체로 발견된 男, 그에겐 무슨 일이?
뉴스종합| 2012-02-19 09:30
“마포대교 교각 밑에 남자가 엎드려 누워있어요.”

지난 14일 오전 8시 39분. 출근길 한 시민의 신고전화가 접수됐다. 영등포소방서 수난구조대가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마포대교 전망대 밑 교각 우물통(교각 밑 넓은 공간)에는 꽁꽁 얼어붙은 남성의 사체가 발견됐다.

두 팔로 가슴을 감싸 안은 모습이었다. 경찰은 남성의 옷 등을 수색해 휴대폰이나 신분증을 찾았지만 소용 없었다. 주머니 등 어디에도 신원을 추정할 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사건을 인계받은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남성의 사인은 동사와 익사. 경찰 관계자는 16일 “남성의 폐에 물이 차 있었다. 우물통에 기어 올라와 밤새 추위에 떨다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13일 밤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후 물에 빠졌으나 본능적으로 교각 위로 기어 올라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휴대폰 조차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0년 이상 가족들과 연락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체가 발견된 후 경찰이 신원을 확인해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유족들은 “확인하고싶지않다”고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한 해에만 모두 193명이 한강에 몸을 던졌다. 일틀에 한명 꼴로 투신 자살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김기보 영등포소방서 수난구조대 소방사는 “투신자살자의 구조 활동은 매번 안타깝다. 그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있지만 가족들을 떠올리며 마지막까지 딱 한번만 더 생각을 다시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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