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벨라루스에 꽂힌 M&A전문변호사
뉴스종합| 2012-02-21 10:22
법무법인 대륙아주서 기업법무 총괄
국내 법률서비스 경쟁 이미 포화상태
러 관련업무 맡아 블루오션 개척

무관세 협정으로 러시아와 경제 공동체
벨라루스·카자흐스탄 등 CIS국가 눈독
민간 친선도모 통해 바닥다지기 전략

로펌 현지화 인적 네트워크가 최대 무기
향후 국내 벨라루스 투자대리인役 준비
민영화 과정 국내기업 참여 확대 잰걸음


지난해 8월 27일 ‘2011 대구육상대회’ 개막식. 경기장에 미녀왕국으로 유명한 벨라루스 미녀응원단이 나타났다. 훤칠한 미녀 14인은 관중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으며 한국에 벨라루스의 존재를 성공적으로 알렸다. 40여명으로 꾸려진 이 응원단은 한ㆍ벨라루스 친선협회가 주한 벨라루스 대사관과 함께 국내에서 일하거나 유학 중인 벨라루스 여성과 소속 회원 등으로 조직한 것. 성공적인 이날의 행사 뒤에는 한ㆍ벨라루스 친선협회장인 박성문(44ㆍ사법연수원 29기)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가 있었다. 2011년 대구육상대회에 등장한 벨라루스 미녀 응원단과 인수ㆍ합병(M&A) 전문 변호사. 언뜻 보기에 아무 연관 없어 보이지만 이 연결고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박 변호사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기업법무 및 국제거래팀을 총괄하며 90여건이 넘는 국내외 M&A 거래 경험을 가진 전문가인 박 변호사는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중이다.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는 변호사

박 변호사는 특이한 직함이 많다. 러시아 어소시에이션 협회 한국지부장, 한ㆍ벨라루스 친선협회장 등 민간외교관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가 이런 직함을 가지게 된 까닭은 기업법무 전문가로서 해당 지역으로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확장됐기 때문이다.

“소극적으로 기업들의 법적 분쟁을 해결해주는 차원을 넘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한 단계 나아간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기업들의 국내 경쟁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지 않습니까. 이를 타개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은 해외 진출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거죠.”

해외 중에서도 박 변호사가 주목하는 곳은 CIS 국가들이다. “원래 CIS 쪽에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 시장 흐름을 보니 자연스럽게 CIS 지역에 관심이 가게 되더라구요. 우리가 진출해야 할 지역은 자원이 풍부하거나 물류의 중심이 될 곳이어야 한다고 평소에 생각해 왔고, 러시아를 포함한 CIS 국가 지역이 이 조건에 딱 맞습니다.”

해당 지역의 네트워크 다지기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활로를 먼저 열어주기에 나선 그가 민간외교관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2008년 이후 본격적으로 러시아 관련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한 박 변호사는 현재 러시아 어소시에이션 협회 한국지부장이다. 러시아 어소시에이션은 러시아 정부가 법질서의 선진화를 통한 국가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법조인 단체로, 이사회는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 경제부 차관 등 국가 주요 요직의 장이나 공기업 사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연해주 지역 지부와 협력 약정을 맺고 러시아와 한국의 교류 활성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부산항만공사와 이 지역의 항만개발 프로젝트도 추진 중입니다.”

또 러시아와 무관세 공동체를 맺고 경제공동체로 나아가려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도 국내기업들이 눈여겨볼 만한 곳으로 꼽는다.

“유럽과 러시아의 중간 위치인 지리적 요충지로 향후 물류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곳이 벨라루스입니다. 또 구소련의 대학들이 많았던 지역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데다, 농경민족이라는 점도 한국과 유사하구요.”

그는 지난해 벨라루스 정부의 공식 승인 아래 주한 벨라루스 대사관이 요청해 벨라루스 친선협회장이 됐다. “한국에 벨라루스를 알리기 위해 2011년 대구육상대회에 응원단을 조직해서 주목을 받았죠. 당시 활동은 벨라루스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고 하니 대단하지 않습니까.(웃음)”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 건다

지난해 3분의 1은 해외에서 보냈을 정도로 해외업무에 도를 통한 그가 해외 진출에 있어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다름 아닌 현지화다. 현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장미빛 전망만 가지고 뛰어들었다가는 실패하기 일쑤. 현지화는 실패를 피하는 길인 동시에 성공을 위한 또 다른 기회를 여는 열쇠다.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 같은 세계적 로펌을 보면 네트워크가 중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러시아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100명이 있다면 그것이 곧 힘이 되는 것이죠. 우리가 현지에 사무실 내고 처음부터 다 구축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관계들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서울 사무실에는 러시아 변호사가 한 명 소속돼 있고, 모스크바에 2곳, 블라디보스토크 1곳에 사무소도 있다. “ ‘당신 나라의 입장에서 도와주겠다’ 이런 자세가 중요합니다. 현지인 변호사가 우리나라를 이해하고, 우리는 그를 통해서 그 나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죠. 현지에 사무소 하나 딸랑 낸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현지 로펌과 제휴하는 방식 등까지 고려하는 것입니다.”

아직 CIS 지역에 관심을 보이는 로펌이 많지 않다는 것을 보면 박 변호사의 한발 앞선 전략은 선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우호적인 관계를 다지기 위해 그는 한국에서 일어난 러시아 시민의 송사에도 발벗고 나섰다. “통역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사소한 뉘앙스까지 전달하기는 어렵잖아요. 법률적 도움을 주면서 최대한 그쪽 문화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였고 신뢰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가 민간외교관 역할을 자처하는 것도 다 현지화의 한 단계인 셈이다. “CIS 지역에 수많은 개발 프로젝트가 있지만 이들 정보가 모두 한국으로 들어오진 않거든요. 국내기업들은 여기에 목말라있고….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이런 정보가 자연스럽게 오고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의 이런 노력은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최근 벨라루스 민영화 과정에 한국기업들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벨라루스 투자청장과 면담하고 한국 내 벨라루스 투자대리인으로서의 자격도 취득하는 과정에 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 있죠. 식상한 말이지만 정말 공감가는 말이 아닐까요.”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

사진=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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