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
22일 예술의전당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와 협연…피아니스트 김선욱
라이프| 2012-02-21 09:43
베토벤은 피아니스트들에게‘ 기본’
3월부터 피아노소나타 전곡 도전
통영국제음악제서도 베토벤 독주

관객에게 보여주겠다는 생각보다
자신감있는 무대 만들고 싶어
홀로 해결책 찾으며 고심 또 고심…

“기자는 쓴 글이 마음에 안들면 다시 고쳐 쓸 수 있고, 미술가는 다시 그릴 수 있지만, 연주자는 좀 다른거 같아요. 그 시간에만 살아 숨쉬는 게 바로 연주니까요. 모든 일이 힘든건 매한가지지만 무대에서는 ‘순간’ 잘 해야하는 부담이 있죠.”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로열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이하 RCO)와 오는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협연을 펼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24). 지난 18일 런던에서 귀국해 짐을 막 푼 그와 연주 얘기를 나눴다. 1년 3개월여 만에 국내 팬들과 만나는 설렘과 긴장감, 연주 가치관까지 진지한 이야기가 오갔다.

▶‘베토벤’과 함께 숨쉬는 김선욱의 2012년

“베토벤은 피아니스트에게 ‘기본’ 같은 거예요. 건물로 따지면 겉모양이 아니라 골격 같은 거죠. 완벽한 구조나 화성이 악보안에 다 있어요. 셈 여림, 페달 밟는 것까지 악보가 지시하는 것들이 명확해서 그것을 잘 지키면서도 개성을 부여하는 것이 어려운 작업이죠.” 김선욱은 개인의 상상력만으로 연주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베토벤’이라고 했다. 때문에 베토벤을 공부한다는 것은 기본을 닦는 것이고 베토벤을 잘할 수 있으면 브람스나 슈만 등을 이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일까. 성장하고픈 열망이 큰 젊은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올 한해 연주일정은 ‘베토벤 행진’으로 채워진다.

다가오는 22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RCO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하고 이어 3월부터는 4차례에 걸쳐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연주에 도전한다. 또 다음달 개최되는 통영국제음악제에서도 베토벤 독주무대를 갖는다.

베토벤 협주곡 3번은 김선욱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는 “많이 연주해서 익숙한 점도 있지만 그만큼 해석의 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20~30년 후에 같은 곡을 연주하면 또 다른 김선욱의 베토벤 3번 협주곡이 될 것이란 얘기다. 

오는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 협연을 펼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24).                                                             [사진제공=크레디아]

▶자신만의 색깔 지닌 연주자로 거듭나려 ‘홀로서기’ 연습 중인 김선욱

“정명훈 선생님과는 해마다 한두 차례씩 함께 연주를 하는 편이고, 선생님이 유럽에서 공연하시면 제가 가서 보기도 하죠. 훌륭한 피아니스트시잖아요. 그만큼 무대를 잘 이끌어 주세요. 백건우 선생님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김대진 선생님도 존경하는 분이죠.” 김선욱은 운이 좋아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고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주생활에서 힘든 점이 있어도 요즘에는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애쓰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어려울 때마다 기대고 의지하는 연주자로 언제까지나 머물 수 는 없다는 것이 그 이유. ‘성격도 급한 편이고 고집도 센 편’이라는 그는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기 때문에 지금은 누구를 닮으려고 하기보다 ‘자기 소리’를 내는데 골몰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민이나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결할까. 그는 “먹는 걸 좋아해요”라며 본인만의 해결책을 털어놓았다. 그렇지만 집중적으로 연습할 때는 먹는 걸 피하는 편이라고 했다. “밥을 먹고도 연주해보고, 안 먹고도 해봤어요. 샤워를 두번 해보기도 했는데 결국 모두 다 부질없다는 걸 깨달았죠. ‘집중’만이 최선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연주 직전엔 가능하면 과식을 피해요. 몸을 가볍게 해야 집중이 되니까요.”

그는 연주자로서 평상심과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연주회라고 ‘유난’을 떨기보다 늘 똑같은 자세로 모든 무대를 대하려고 애쓴다. 

김선욱은 곧 있을 협연에 대해서도 “RCO는 소리를 들어가며 연주의 템포를 조절하는 최고의 오케스트라죠. 관객들에게 무엇을 보여드리겠다고 생각하기보다 그 이전에 연주자로서 자기 만족이 있는 자신감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라며 기대감과 각오를 내비쳤다.


<황유진기자@hyjsound>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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