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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꿈…장애가 막을 순 없죠”
뉴스종합| 2012-02-21 11:09
혼자 몸 가눌수도 없지만 학업 매진

“신경숙 존경…소설로 희망 주고파”


그저 흩날리는 겨울 찬바람도 박성욱(19)군에겐 치명적이다. 태어날 때부터 척수신경성 근위축증을 앓은 지체장애 1급인 성욱군에겐 가벼운 감기도 위험할 수 있다. 감기에 걸려 가래가 차면 배를 눌러 자칫 호흡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보단 아들의 건강이 우려됐다. 아버지 박정주(53ㆍ교사)씨는 아들이 혹여 심한 감기로 폐렴 증세를 보일까 늘 걱정이 됐다. 소중한 아들이 공부로 혹여 건강을 해칠까 염려돼 “공부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고 말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성욱군은 늘 책을 펼쳤다. 혼자서는 고개를 가눌 수도,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도 없는 그지만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앉아있을 수 없어 2시간마다 한 번씩 누웠다 일어나기를 반복해야 했다. 


복잡한 계산식을 풀어내야 하는 수학은 신체를 자유로이 움직일 수 없는 성욱군에겐 가장 어려운 과목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자기 손으로 복잡한 계산식을 써내려가면서 수학 문제를 풀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거든요. 말로 계산식을 부르면 부모님이나 형이 계산식을 써줬어요. 그렇다보니 한 문제를 푸는데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수능 때도 제가 계산식을 부르면 선생님이 옆에서 대필을 해주는 식이었어요.”

영어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영어 듣기 공부는 큰 장벽이었다. 손을 움직일 수 없는 성욱군이 워크맨을 이용해 멈추고 되감는 동작을 반복하기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 없이는 영어 듣기 공부도 쉽지 않았다.

허나 성욱군은 의기소침해 하지 않았다. 가족과 친구, 선생님의 도움으로 즐겁게 공부했다.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오후 5~6시께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자정까지 늘 공부를 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성욱군의 내신은 평균 1.5등급으로 우수했다. 이번 수능에서도 언어 87점, 수학 65점, 영어 93점, 사회탐구 47-48점을 받았다.

성욱군은 “남들에겐 쉬운 일이어도 내게는 다 이겨내야 할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누구도 나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한 적 없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2학년도 입시에서 특수교육대상전형을 통해 서강대 인문계열에 합격한 성욱군. 21일 오전 열린 입학식에서 성욱군은 신입생 대표로 선서문을 낭독했다. 소설가를 꿈꾸는 그는 국어국문학을 전공할 생각이다.

척추를 바르게 맞추는 큰 수술 등도 앞두고 있지만 성욱군의 얼굴엔 두려움보단 이제 막 캠퍼스 생활을 시작하려는 새내기의 설렘이 가득하다.

“막연한 꿈이지만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 신경숙 선생님을 매우 좋아합니다. 글을 쓰는 일이 즐거워요. 내가 쓴 소설로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박수진ㆍ이지웅 기자/sjp10@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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