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박희태 불구속 기소…헌정 사상 초유의 국회의장 사법처리
뉴스종합| 2012-02-21 15:04
새누리당 돈봉투 수사를 수사 중인 검찰이 21일 박희태 국회의장에 대해 돈봉투 살포 과정에 개입한 혐의(정당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현직 국회의장이 재판에 넘겨진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박 의장은 지난 13일 의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아직 의장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 “박 의장 관여했다” =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이날 오후 3시 박 의장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이 돈봉투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지난달 5일 이후 48일만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의장이 사퇴를 선언한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장은 2008년 7월 전당대회 직전 고 의원실에 뿌려진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당협 간부들에게 뿌리라며 구의원들에게 2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안병용 새누리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을 구속기소했다.

박 의장은 지난 19일 검찰의 방문조사에서 ‘돈봉투를 뿌리라고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바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검찰은 무슨무슨 근거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전대 당시 박 의장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역시 정당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수석은 박 의장 전 비서 고명진 씨로부터 고 의원실에 건네진 돈봉투를 돌려받았단 보고를 받고는 고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왜 돌려줬느냐’고 물었다. 또한 안 위원장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구의원이 ‘돈봉투가 김 전 수석의 책상 위에 있었다’고 밝힌 점 또한 기소의 근거가 됐다.



▶실무진 한 명만 구속.. 윗선 ‘봐주기’ 논란 = 검찰은 박 의장을 재판에 넘기기는 했지만 결국 핵심 인물들을 모두 불구속 기소해 ‘봐주기 수사’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인물은 안 위원장이 유일하다. 박 의장 당선을 위해 뛴 실무진은 구속되고 그 최대 ‘윗선’은 자유로운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된 것이다. 당장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김 전 수석 등이 사건이 불거진 뒤 고 씨 등과 꾸준히 ‘말 맞추기’를 하려했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됐음에도 이들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기는 것이 합당한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 의원실에 전달된 돈봉투 300만원과 안 위원장이 살포를 지시한 2000만원 외에 추가 금품 살포 의혹에 대해선 전혀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앞서 고 의원은 기자회견 당시 “자신이 받은 돈봉투와 비슷한 노란색 봉투가 잔뜩 있었다”고 말해 더 많은 검은 돈이 오갔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검찰은 돈봉투를 받은 다른 의원들을 확인하기 위해 선거캠프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계좌추적 등 많은 노력을 쏟았으나, 돈 전달자인 이른바 ‘뿔테남’ 곽모 씨가 “돈봉투를 전달한 사실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해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돈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도 검찰은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고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원이 박 의장 돈인 것으로 확인됐으나 구의원들에게 전달된 2000만원의 출처는 안 위원장 등 관련자들 모두 전달사실 자체를 극구 부인해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은 사법부로.. 공방전 예고 = 검찰이 적용한 정당법 제50조 1항(당 대표 경선 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는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결코 가벼운 죄가 아니다.

박 의장은 사퇴표명 당시 “모든 책임은 제가 다 지고 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는 아랫사람들이 자신을 위한 한 일인 만큼 도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단 뜻으로, 법적 책임과는 거리가 멀다.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박 의장이 돈봉투 살포를 알고 있었고 보고도 받은 만큼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원이 과연 검찰이 내놓은 관련자 진술과 증거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박 의장 측은 ‘구시대적 관행’이란 점을 집중 부각시켜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검찰은 이번 수사결과 발표와 별도로 민주통합당 예비경선 과정의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선 수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