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동안 굳게 침묵해온 정수장학회 논란에 직접 제동을 걸 방침이다.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정수장학회가 “박정희 정권이 권력으로 탈취한 장물(贓物)”이라며 정치 공세를 펼친 것에 대해,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 위원장의 한 최측근 인사는 23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정수장학회는 법적으로 박 위원장의 영향권하에서 벗어났음에도 정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박 위원장이) 총선을 넘어 대권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든 털고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동안 박 위원장이 “나와 상관없는 곳”이라며 거리 두기하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정수장학회와 선긋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박근혜 위원장은 20일 방송기자클럽토론회에서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 “2005년도에 이사장을 그만두고 그 후로 저와 장학회는 관련이 없다”면서 “이 문제와 관련해 장학회의 주인인 이사진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그동안 정수장학회와 무관함만 강조해온 박 위원장이 정수장학회 논란을 이대로 끌고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나아가 “정수장학회의 이사진이 입장을 표시해야 한다”는 발언은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의 간접적인 사퇴 유도를 노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상돈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야권의 정수장학회 문제 제기는 선거를 앞둔 정치 공세의 성격이 강하다”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박 위원장이 (정수장학회를) 어떻게 할 수단이 별로 없는 것이 아닌가. 이 문제는 이사진에게 공이 가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이사진의 결단을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박 위원장에게 정수장학회는 늘 골칫거리였지만, 법적으로는 박 위원장과 분리된 조직이다. 박 위원장이 2005년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최필립 전 리비아 대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1970년대 말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냈고, 2007년 대선 경선 때 전폭적인 지원을 펼친 박 위원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이 같은 이유로 박 위원장이 정수장학회에 손을 뗐음에도 정수장학회는 꾸준히 박 위원장의 영향권에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치권의 압박을 받고 있는 최 이사장은 그러나 진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친박계에서도 드러내놓고 최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할 경우 도리어 정수장학회와 박 위원장의 특수관계를 입증하는 결과만 낳을 수 있어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조민선 기자> / 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