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
‘범죄’ 김혜은 “최민식의 여자라서 행복했어요”
엔터테인먼트| 2012-02-24 08:22
기상캐스터로서 안정된 삶을 접고, 스크린에 뛰어든 겁 없는 배우 김혜은은 웃음이 마르지 않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에서 여사장 역으로 열연을 펼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이 같은 그의 노력이 반영되기라도 한 듯 ‘범죄와의 전쟁’은 뜨거운 흥행 저력을 과시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서울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혜은은 진지하고 깊은 눈빛으로 ‘연기’에 대해 쉴 새 없이 말을 이어갔다. TV 화면 속 상냥한 미소를 짓는 기상캐스터가 아닌 눈빛이 살아 있는 ‘배우’ 김혜은을 만난 순간이었다.

- “가식 없는 윤종빈 감독, 정서 통했다“

김혜은은 인터뷰 내내 꾸밈없이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기상캐스터 출신으로 똑 부러지고, 우아한 태도로 일관할 것 같았는데 순전한 착각이었다. ‘가면’을 찾을 수 없는 김혜은의 솔직한 성격은 윤종빈 감독과도 닮았다.

“같은 부산 출신이라 그런지 정서도 잘 맞았어요 . 감독님은 털털하고 뒤끝없는 성격이에요. 특히나 리얼리티를 중시해서 그런지, 가식을 굉장히 싫어하죠. 감독님은 제가 몰랐던 내면의 모습을 끌어내주셨어요. 그래서인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처럼 자신이 두각에 드러나는 것보다는 ‘공’을 윤종빈 감독에게 돌리는 김혜은은 기상캐스터로서 한창 인기가 올랐을 당시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업계를 떠났다. 물론 그 바탕에는 ‘연기’라는 큰 그림이 있었지만.



“후배들에게 멋진 모습으로 남고 싶었어요. 제가 만약 마흔 살이 넘어서까지 그 일을 하고 있으면, 후배들 역시 저 때문에 일을 못하게 되는 거잖아요.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그에게 처음 ‘연기의 맛’을 알려준 작품은 바로 2004년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다. 비록 카메오 출연이었지만, 김혜은은 작품 속 인물을 만나며 ‘솔직한 나’를 만나게 됐다.

“정말 진실하게 제 가슴을 터놓고 애기할 수 있는 직업은 별로 없잖아요. 일을 하면서 감정을 드러낼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연기는 감정을 쏟아야만 하는 참 솔직하고 진실한 직업이더라고요”

-“여사장, 누가 비난할 수 있겠어요?”

단면적인 모습만 봤을 때 여사장은 천박하고 비겁하기 그지없는 인물이다. 어찌 보면 천하에 비겁한 인물인 최익현의 모습과도 닮았다. 최익현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인물이다.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아버지로서, 늘 자신의 뒤에서 멀리감치 따라오는 아이들을 위해서 ‘성공’에 대한 미련한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애초에 여사장에 대한 부연설명은 없었지만, 그 역시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큰딸이었다.

“장면에는 전혀 나오지 않지만 여사장만의 이야기가 있죠. 여사장은 생계를 도맡는 큰딸이에요.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서 비겁하게 살 수 밖에 없었던 거죠. 객관적인 면에서 삶의 방식이 최익현처럼 천박한 삶이지만, 사실 굉장한 효녀인거죠. 물론 관객들은 단면적인 부분만 보셨으리라 생각해요”

김혜은은 작품을 위해, 완벽한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실제 여사장 역과 비슷한 삶을 살아온 인물을 만났고 그의 ‘삶’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더욱 작품 속 캐릭터와 친해질 수 있었다.

“그 분에게 많은 걸 배웠죠. 하나부터 열까지 많이 알려줬어요. 여사장도 본래 호스트 출신이 아니듯, 그 분도 마찬가지였죠. 솔직히 ‘천박하다’거나 이런 느낌은 절대 없었어요. 굉장히 배포와 그릇이 큰 분이죠”

그는 거듭 강조했다. 자기 인생을 희생하며 가정을 책임지는 큰 딸의 삶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느냐고. 



- ‘괜찮은 사람들’만 모인 ‘범죄와의 전쟁’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는 좋은 작품이 나오기 힘들다. ‘범죄와의 전쟁’ 출연 배우들은 이 같은 불변의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몸소 실천했다. 프로들의 집합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이들은 서로 진중히 호흡을 맞추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산했다.

“연기할 때 인성이 나오는 것 같아요. ‘범죄와의 전쟁’ 팀은 상대방과 호흡을 맞추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배우들만 모였어요. 특히 최민식 선배님은 ‘혜은아 너 하고 싶은 대로 다해라’라고 말씀하셨죠. 성품이 열려 있지 않으면 절대 하기 힘든 말이에요. 또 곽도원 씨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분이라 대사를 맞출 때도 너무 편했어요”

그의 작품 속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칭찬은 끊이지 않았다. ‘범죄와의 전쟁’ 팀이 얼마나 화목한 분위기에서 촬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번 영화에서 조진웅씨 내연녀로 나왔잖아요. 원래도 팬이여서 너무 기분이 좋았죠. 함께 뭔가를 하는 장면은 한 신도 나오지 않았지만요.(웃음) 무엇보다 후에는 최민식 선배님의 여자여서 너무나 영광이었어요”



- 든든한 버팀목 ‘가족’

김혜은은 배우이기 전에 일곱 살 난 딸아이를 둔 한 가정의 엄마임과 동시에 저명한 치과의사 김인수의 아내다. 그에게 가족은 고단한 연기생활을 버티게 하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가족에게 감사할 뿐이죠. 제가 배우라는 걸 딸아이가 자랑스럽게 여겨요. 친구들한테 ‘우리 엄마 김혜은이야 알아?’이러는데 귀여워 죽겠죠. SBS 프로그램 ‘스타주니어쇼:붕어빵’도 나오고 싶어해서 이번에 큰 맘 먹고 출연하죠. 다만 아이가 자아도취 성향이 짙어질까봐 경계하고 있어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가장 경계하는 것이 바로 자아도취거든요”

이처럼 배우인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딸은 그의 가장 큰 삶의 활력소다. 그의 남편 김인수 역시 유난을 떨지는 않지만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든든한 응원군이다.

“관객들 평이 나쁘지 않고, 영화가 잘되서 매우 기뻐하고 있죠. ‘너 대단하다’며 칭찬도 아끼지 않았어요”

이처럼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로서, 스크린 속 배우로서 성공적인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배우 김혜은. 그는 오는 3월 14일 첫 방송하는 KBS2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차화연의 딸이자 성악을 전공한 엘리트 인물로 스크린에 이어 브라운관에서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여사장’으로 관객들의 틀을 깬 도전에 성공한 그가 이번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할까. ‘내일의 김혜은’이 기대되는 가장 큰 이유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사진 신중훈 작가(Studio 636@)/ jw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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