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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냐 긴축이냐…곳간 빈 유로존 기로에
뉴스종합| 2012-02-24 11:16
재정건전성 강화 긴축 여파
올해 3년만에 역성장
경제살리기 시급한 과제로

드라기 “긴축만이 살길” 강조
루비니 “긴축, 침체 심화” 경고


‘긴축이냐 성장이냐’

중대 기로에 선 유럽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발등의 불’인 재정위기 타개를 위한 긴축의 여파로 올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면서 경기살리기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 정부 곳간이 바닥나 있어 경기부양 카드를 빼들기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결국 ‘경기 둔화→세수 감소→재정 악화→추가 긴축→경기 재하강’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우려되고 있다.

▶올 유로존 경제 3년 만에 역성장=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로존의 올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0.3%를 나타내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예상했던 0.5%보다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되면 유로존 경제는 지난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의 마이너스 4.3%의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역성장하는 셈이다. 유로존은 이미 약한 경기침체에 들어섰다는 게 집행위의 진단이다. 집행위 측은 올 상반기까지 완만한 경기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긴축의 여파다.

부채 위기국인 스페인의 경우 당초 플러스 0.7% 성장에서 이번에 마이너스 1%로 하향조정됐다. 이탈아리아도 플러스(+)0.1%에서 마이너스 1.3%로 전망이 악화됐다. 특히 그리스는 당초 마이너스 2.8%에서 마이너스 4.4%로 큰 폭으로 하향되며 5년 연속 경기침체가 예상됐다.

올리 렌 경제ㆍ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세계 경기 둔화와 긴축정책으로 인한 내수 위축과 높은 실업률 등으로 인해 기업과 소비자 신뢰도가 낮아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긴축만이 살길’ vs. ‘긴축이 성장 위축시켜’=이에 따라 긴축이 성장을 위축시켜 유로 위기국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스페인은 EU 집행위원회 측에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완화시켜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페인은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4% 수준으로 낮춰야 하는데, 상한선을 약 5%로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EU 집행위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은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8%에 달해 EU 측과 약속했던 6%를 지키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의 ‘돈줄’인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긴축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드라기 총재는 23일(현지시간)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합의 후 가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이 뽐내온 사회모델이 죽었다”면서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긴축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긴축 목표를 느슨하게 하면 당장 시장이 응징할 것”이라며 “긴축만이 궁극적으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시장 개혁 등이 장기적으로 긴축의 충격을 상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스터 둠’이란 닉네임을 가진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지난 22일 그리스를 2차 구제하면서 긴축과 구조개혁을 강요한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고 경고했다. 루비니는 “임금과 연금이 줄어들면 쓸 수 있는 소득과 소비도 줄어드는 것”이라며 “단기적인 구조 개혁은 오로지 침체만 심화시킬 뿐이며 그렇게 되면 그리스의 채무가 더 늘어나고 채무 구조도 더 지탱하기 어렵게 된다”고 경고했다.

<김영화 기자> / 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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