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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선 노조, 무슨일?
뉴스종합| 2012-02-26 08:43
서울대 청소노동자 해고 위기

잘못된 규정으로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해고위기에 놓이자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할 노조가 해고에 앞장섰다는 비판이 일어 논란이 되고 있다.

15일 서울대 일반노조와 사회과학대 학생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인문대학 청소노동자 김모(66)씨가 불명확한 사유로 해고 통지를 받았다. 대학 본부는 잘못된 규정으로 행정처리상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 김씨의 계약을 갱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정년 규정을 잘못 적용한 데 있었다. 시설노동자의 경우 용역회사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일하기 때문에 연말에는 새로 바뀌는 청소 용역회사에서 고용승계 계약서를 쓰고 계속 일을 하게 된다.

용역회사는 계약서를 안 써도 법적 책임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계속 일을 해오던 사람들의 계약을 자동 갱신해 왔다.그러나 올해 시설노동자 정년을 47년 1월 1일 이후 출생으로 하면서, 올해 46년이 정년이 될 걸로 알고 있던 김씨에게 해고통지가 전해졌다. 이에 시설노조는 사표를 내라는 통지를 전했고, 김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노조에 항의했다.당시 같은 46년생인 동료들은 계약이 갱신되면서 김씨는 이를 일반노조와 인문대 학생회측에 알렸고, 대학 본부는 김씨에 대한 해고통지를 취소하고 정년을 1년 유예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조합원을 보호해야 할 노조가 고용승계를 지원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표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새로운 용역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고 나서 시설노조에 찾아가서 도움을 청했으나 “노조에서 못 도와주겠다”, “노조 탈퇴하고 일 그만 두라”는 얘기를 들었다. 현재 시설노조는 유니온숍을 적용, 노조를 탈퇴하면 자동 해고가 된다.

서울일반노조 서울대분회 관계자는 “연말이 되면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일하는 건물을 옮겨간 노동자가 많다. 시설노조에서 움직여서 학교 행정실을 부추긴 거다”며 “자기들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은 좀 더 편한 곳, 가고 싶다는 곳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다른 곳으로 보내 온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있다.”고 말했다.

인문대학생회와 연대해 김씨의 고용승계에 나선 유수진 사회과학대 학생회장도 “시설노조 인사권을 노조가 갖고 있어 노조의 동의 없이는 인사발령을 못 내게 돼 있다.”며 “회사 쪽에서 부당하게 인사, 전보, 해고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생긴 건데 역으로 전횡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시설노조 관계자는 “김씨의 경우 수주한 용역회사에서 정년이 66세인데 65세로 착오가 있어 곧 정정해 고용 승계 됐다”며 “노조가 개인에게 고용승계 노력을 했다 아니다 일일이 얘기할 필요가 없어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년 규정을 수정하도록 하고 김씨를 고용하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대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400여명으로, 대부분 시설노조와 일반노조 서울대분회 두 곳 중 하나에 가입된 상태이다.

이태형ㆍ김현경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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