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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학구열 경북 예천↔서울 왕복해 석사학위 탄 남자
뉴스종합| 2012-02-28 08:01
“배움에 ‘거리’ 따윈 문제되지 않는다”

학업을 위해 경북 예천까지 서울까지 왕복 6시간 거리를 마다 않고 달려온 남자가 마침내 석사 학위를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경북 예천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과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김완기(40)씨다. 그는 경북 지난 2년여동안 예천에서 서울까지 야간 통학을 하며 간 학업에 공을 들인 끝에 지난 22일 건국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씨는 예천에서 어린이 복지시설인 ‘참길지역아동센터’와 요양보호사 파견기관인 ‘어르신재가복지센터’, 지역주민 자활기관인 ‘느티나무쉼터’ 등을 운영하며 어린이와 노인에 이르기까지 이웃들에게 꿈과 희망을 나누어주고 있다. 김씨는 2009년 9월 행정대학원에 입학, 수업이 있는 매주 화, 수,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다. 오후 3시 일을 마무리한 뒤 버스에 몸을 싣고 3시간여 달려 오후6시30분 건국대 캠퍼스에 도착해 야간 강의를 듣는다.

오후 10시에 수업이 끝나고 예천행 버스를 타고 고향에 도착하면 새벽 1시30분. 자신의 손을 거쳐야 하는 밀려있는 일거리를 처리하고 다음날 오후엔 또 서울로 와야 하는 고된 일정이었지만 김씨는 “거리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천 토박이 김씨가 서울까지 대학원에 다니게 된 것은 사회복지 관련 연구와 사업이 활성화된 서울에서 관련 분야의 보다 많은 사람과 만나고 보다 많은 정보를 교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지역에서도 1시간 이내에 사회복지 관련 대학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아무래도 건국대 행정대학원에서 보다 전문적인 사회복지 관련 학업과 연구, 실습을 하고 싶었다”며 “힘든 공부였지만 2년 여 동안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앞으로 지역에서 보다 내실 있게 복지 사업을 펼칠 기반을 쌓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장거리 야간 통학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게 되기까지 지도교수였던 강황선 교수와 교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건국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과의 탄탄한 교우관계와 내실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석사과정을 마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과거 김씨는 제법 잘 나가는 논술학원 원장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2006년까지 안동에서 제법 잘 나가는 논술학원을 운영했다. 밤낮 학원 운영에만 매달리던 시절, 그는 경제적 여유는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가족간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는 사실을 느끼고 자식들의 바른 인성교육을 위해 부모님이 살고 계신 고향 예천으로 돌아왔다.

2006년 장인이 돌아가시면서 남긴 “이웃을 돌보지 못하고 산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마지막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려 아내 윤영숙(40)씨와 의기투합해 지역의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작은 쉼터인 ‘참길지역아동센터’를 만들었다. 하지만 넘치는 의욕 만으로 감당하기엔 현실의 벽이 높았다. 복지시설을 안 좋게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과 복지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인색했던 시절 재정적 어려움은 늘 가슴을 짓눌렀다. 힘들고 고단한 나날이지만 하루하루 아이들이 밝아지는 모습을 보며 김씨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김씨는 결혼 이민자와 다문화 어린이의 복지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건국대 행정대학원 석사학위 논문도 ‘결혼이민자 여성의 조기 정착 방안에 관한 연구’다. 참길지역아동센터에는 29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대부분 한 부모, 다문화, 차상위계층 가정의 자녀들이다. 다문화 어린이만 10여명에 이른다. 농촌에 결혼 이민과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30% 정도는 늘 다문화 아동들이다. 2남1녀를 키우는 김씨는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는 생각은 아주 편협하고 잘못된 것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 과정과 사회적 교육적 연구결과로도 이미 증명됐다”며 “이웃의 어린이가 배고프고 어려우면 나 자신의 아이도 영향을 받는 만큼 우리 이웃의 아이들까지 다 품을 줄 알아야 하고, 국가가 나서서 공동체 전체의 복지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재정 형편이 어려워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대로 해줄 수 없어 늘 안타깝다”며 “모자라는 운영비는 후원금으로 대체해야 하지만 나날이 어려워지는 지역경기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흔치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사회복지학 전공을 살려 지역에서 다양한 복지프로그램을 펼쳐가고 있다. 아동복지에 이어 장수마을로 유명한 예천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안전한 노후 생활을 돕는 요양보호사 파견 기관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지역 주민들이 함께 물건을 교환하기도하고 자활사업도 하는 자치기관인 ‘느티나무쉼터’도 문을 열었다. 김씨는 대학원 과정에서 배운 이론 연구에다 실무 경험까지 살려 인근 문경시의 문경대학 복지정보학과에서 사회복지학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있다.

“비록 작은 지역사회이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건국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학위를 받은 김씨의 작은 소망이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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