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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한-중 커플...국내 최초 UN평화유지군 물자 납품업체 영업비밀 빼돌려
뉴스종합| 2012-02-28 09:33
자신이 재직하던 업체의 영업비밀을 빼돌려 동일 업종의 회사를 차려 의도적으로 영업을 방해한 부부가 입건됐다. 피해 업체는 국내 최초로 UN평화유지군에 물자를 납품해온 곳이다. 이 업체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수백억원의 영업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8일 UN평화유지군이 사용하는 군용막사 등 물자를 UN에 납품하는 A업체에 재직하며 입찰 정보 등이 담긴 핵심 영업비밀을 몰래 빼돌리고, 회사를 퇴사하며 동종업체를 설립해 UN입찰에 참여해온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 등)로 중국인 B(여ㆍ35)씨와 그의 한국인 남편 C(36)씨 등 2명을 불구속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A업체는 UN평화유지군이 활동 중인 아프리카 등 분쟁지역에서 군용막사와 항공기 격납고 등으로 사용되는 조립식 텐트형 대형구조물을 생산ㆍ납품하는 업체로 2003년부터 국내 기업으로 는 처음으로 UN 입찰에 성공해 물자를 조달해왔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A업체의 해외사업부 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영업비밀을 빼돌려 동종업체를 설립할 요량으로 2007년 4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남편 B씨와 공모해 자신이 관리해온 UN입찰자료에 관한 핵심 영업비밀을 몰래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군통신용케이블, 군용막사, 조립식건물 등 UN조달물품 관련 자사 및 거래처 제품 단가산정표와 입찰 제출용 각종 기술제안서 등 핵심 경영상 정보를 USB에 다운로드하는 방법으로 총 18회에 걸쳐 핵심 영업비밀을 빼돌려 A업체에 300여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경찰은 밝혔다.

B씨는 부하직원과의 갈등을 핑계로 2009년 10월께 피해업체를 퇴사하고 곧바로 남편 C씨의 명의로 동종업체인 D업체를 설립했다. B씨는 퇴사 한달 전부터 영업비밀을 미리 빼돌려왔고, 퇴사 이후에도 다른 직원의 이메일 아이디와 비밀 번호를 이용해 무단으로 A업체 내부 이메일에 접속해 관련 영업비밀을 자신의 컴퓨터에 다운로드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빼돌린 A업체의 영업비밀을 바탕으로 업체를 설립해 UN평화유지군 통신장비에 사용되는 전선 케이블 조달 입찰에 9차례 참여했으며 D업체는 A업체보다 의도적으로 적은 가액으로 입찰에 응모해 이중 두차례 낙찰에 성공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2010년 12월께 당시 D업체가 군통신케이블을 34만5061달러(약 3억9000만원)에 낙찰에 성공했다. A업체는 당시 이보다 700여달러 높은 가격으로 입찰에 응모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낙찰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B씨가 중국어, 한국어에 모두 능통한 덕에 A업체 재직 당시 해외사업부 업무 대부분을 맡고 있었으며 중국 생산업체 관련 업무 뿐만 아니라 UN과 관련된 해외영업까지 총괄해온 탓에 이러한 범행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업체는 국내 최초로 미개척 시장인 UN입찰 시장에 진출한 기업인데 이러한 중요한 기업의 노하우가 외국인에 의해 해외로 유출된 안타까운 사례”라며 “무역위원회를 통해 피의업체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다른 중소기업들이 기술유출로 피해를 받는 사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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