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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 투자 새옹지마?
뉴스종합| 2012-03-02 11:23
횡령, 펀더멘털 영향 제한적

매각가치 하락 인수자엔 이득


최고경영자가 천억원대 횡령 의혹에 휘말린 하이마트의 주가 폭락이 일단 진정세다. 하지만 횡령 피해가 아직 확실하지 않은데다 매각 지연으로 가장 큰 투자포인트였던 인수ㆍ합병(M&A) 재료가 약해진 점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하지만 주변 정황을 하나씩 곱씹어보면 투자전망은 ‘새옹지마’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횡령, 펀더멘털 영향 제한적일 듯= 선종구 회장의 횡령 조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회사 매각과 재매각 과정에서 이면계약과 내부 사업기회 이용이다.

2005년 홍콩의 사모펀드(PEF)인 어피니티이쿼티파트너스(AEP)에 하이마트 지분 100%(7878억원)를 매각할 때 80%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를 모으고 설득한 선 회장의 역할이 컸다. 이를 바탕으로 이면계약과 경영권을 보장받았을 개연성이 있다.

또 2008년 AEP가 하이마트를 재매각입찰할 때 2조원을 넘게 써낸 인수후보군이 탈락하고 1조9500억원을 적은 유진기업이 낙찰받은 배경에도 역시 선 회장에 대한 경영권 보장조건이 있었다는 관측이 많다.

이처럼 선 회장은 최대주주가 아님에도 결정적 순간을 이용해 경영권을 보장받음으로써 연평균 4000억원이 넘는 판매관리비를 지출하는 하이마트에서 횡령 기회를 잡아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랜 경영기간과 회사규모를 생각했을 때 1000억원 수준의 횡령은 펀더멘털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규모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 회장이 가진 하이마트 지분가치만도 2400억원(2월 말 종가 기준)이 넘는다. 횡령의 경우 보통 회계상 대여금으로 처리되는데 회수가 된다면 재무적 부담은 거의 없다. 다만, 단순횡령 차원을 넘어 분식회계 등의 투자신뢰 문제로 번질 경우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거품 빠진 하이마트, 더 매력적= 하이마트의 매각가격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지는 만큼 경영실적이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영업권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인색해질 여지도 있다.

그런데 하이마트 매각가치가 떨어지면 인수자 측은 그만큼 이익이다. 시너지 비용절감으로 인수자는 물론 하이마트에도 득이 될 수 있다.

매도자인 유진기업도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 이번 횡령 의혹이 터지지 않았다면 인수자는 선 회장과 유진기업 보유주식 모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줘야 하지만, 횡령 배상으로 선 회장 지분이 크게 줄면 그만큼 웃돈 대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진기업은 경우에 따라 선 회장과 공동매각하는 것보다 더 후한 값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하이마트 매각가치가 2조원이라면 유진기업과 선 회장이 각각 1조2000억원과 8000억원으로 나눠갖겠지만, 유진기업 보유지분만 판다면 1조2000억원 이상의 값에 팔 수도 있다. 경쟁 지분이 없어지면 유진기업 지분가치가 더 올라간다. 물론 사는 쪽에서도 비용절감이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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