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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대신 교육했더니 왕따문제 해결...비결이?
뉴스종합| 2012-03-04 03:00
“행복초 5학년 이가해양은 같은반 박 피해양에게 계속 심부름을 시켰어요. 하루에도 서너번씩 매점에 가서 군것질감을 사오게 하는가 하면 어떨땐 돈도 안주고 외상으로 사오게 했죠. 숙제가 많을땐 협박해 숙제를 대신 해오게 하고 돈을 빌려가고는 갚지 않기도 했어요. 소풍때는 김밥과 과자를 사오게 시키기도 했어요”

“어, 저거 내 얘기 같은데…”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A(12ㆍ여)양은 지난 14일,갑작스레 시작된 학교폭력예방교육장서 깜짝 놀라는 일을 겪었다. 찾아온 여성 경찰관이 말하는 학교폭력 사례가 남의 얘기 같지 않아서다. 경찰이 와서 잠깐 떠들다 가겠지 싶었던 그는 점점 더 교육 내용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같은 반 B(12ㆍ여)양에게 자신이 한 짓 그대로 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뒤에 나온 교육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이렇듯, 약한 친구를 심리적으로 괴롭힌 이가해 앵에게 법적 처벌이 가능할까요? 법원은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피해 학생 부모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면 안돼는데… 난 그냥 편하고 장난삼아 한건데…” 다급해진 A양은 B양을 만나 그동안 있던 일을 사과하는 한편,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는 약속을 하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교육은 어떻게 진행된 것일까. 지난 14일, B양의 어머니는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안전드림 홈페이지’(아동ㆍ여성ㆍ장애인 경찰지원센터, http://www.safe182.go.kr)에 글을 남겼다.딸이 6개월째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만 선생님도 믿어주지 않고 가해학생도 부인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것. 신고를 접수한 안산 상록경찰서는 여성청소년계장과 학교폭력 담당 형사를 급히 보내 어머니로 부터 사정을 들었다. 

경찰을 만난 피해학생과 어머니 역시 “수사해 처벌하면 아직 어린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이 상처받을 수 있으니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를 들은 상록경찰서는 학교에 범죄예방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요청하면서, 피해학생의 사례를 그대로 교육자료로 만들어 가져간 것이다.

교육이 있은 후 가해학생들은 그 동안 단순히 장난으로만 생각했던 행동들이 이번 범죄예방교실을 통해 잘못된 행동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행동들이 B양을 괴롭혔다는 사실을 깨닳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하는 한편, 사과의 말을 건내고 뉘추였다고 한다.

B양의 어머니인 조모씨는 “항상 어두운 표정으로 학교에서 돌아오던 딸이 범죄예방교실을 했던 날에는 밝은 표정으로 현관을 들어서는 모습에 그동안의 걱정이 사라지며, 부모로서 한결 마음이 놓였다”며 “쉽게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어린 학생 한명을 위해 많은 경찰관들 힘써주시고, 자기 자식 일인 것 처럼 정성을 다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피해학생의 어머니가 보낸 감사편지를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청은 수사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집단따돌림’을 해결한 묘책이라며 이를 우수사례로 선정, 일선 경찰서에 전파키로 했다. 

학교폭력 테스크포스(TF)서 활동중인 박우현 총경은 “사실 폭력, 폭행등 드러난 범죄사실이 있을 경우 수사를 통해 해결 가능하지만, 왕따나 집단따돌림은 경찰도 뽀족한 처벌 수단이 없어 해결이 어려웠다”며“이번 안산상록서 사례 등을 지난 2월 28일~29일사이 열린 학교폭력 전담경찰관 워크숍을 통해 일선 경찰관들에게 적극 전파했으며 앞으로도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ㆍ상담을 통해 학교폭력 근절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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